금융불안에 안전자산 러시...金·파킹형 ETF ‘훨훨’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3.03.27 15:39
수정 2023.03.27 15:41

은행 부실사태로 ‘금’ 부상...월 최고 수익률 11%

수익보다 안정성...무위험자산 투자상품 ‘뭉칫돈’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사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데일리안DB

글로벌 금융 위기 불안 속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부상하고 있다. 금 관련 ETF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무위험 자산에 투자하면서 최소한의 이자 수익을 지급받는 파킹형 ETF에도 투자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설정된 금펀드 12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6.67%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을 낸 국내 주식형 펀드(-0.01%)를 큰 폭 웃돌았다.


특히 금 관련 ETF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금 선물 가격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한국투자ACE골드선물레버리지’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1.40%에 달했다. ‘미래에셋TIGER골드선물’(6.02%)과 ‘삼성KODEX 골드선물’(5.95%)의 수익률도 양호했다.


펀드 중에서는 글로벌 금광 업체에 투자하는 ‘IBK골드마이닝증권자투자신탁’이 최근 한 달 동안 10.92%의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신한골드증권투자신탁’(8.57%)과 ‘하이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7.92%)도 7~8%대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의 역할이 부각된 데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금리 인상 정점론이 대두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한풀 꺾인 것도 귀금속이 상승하는 골디락스 장세로 이어졌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자금을 파킹하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높은 수익 창출보다는 안정적 이자를 주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한국 무위험지표금리(KOFR)를 추종하는 상품과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되는 ETF가 대표적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 24일 기준 3조430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상장 ETF 중 3번째로 규모가 크다. 이 상품은 지난해 4월에 상장해 그해 9월 순자산 2조원을 달성한 뒤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KODEX KOFR금리액티브는 KOFR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한다. KOFR은 익일물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해당 ETF는 매영업일 기준으로 이자수익이 확정, 누적돼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거의 없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도 작년 11월 상장 이후 빠르게 성장해 지난 20일 순자산 5000억원을 돌파했다. KOFR 추종 ETF가 인기를 끌면서 한화자산운용도 지난 14일 ‘ARIRANG KOFR금리’ ETF를 선보이는 등 운용사들의 관련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또다른 파킹형 ETF로 분류되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 ETF’의 순자산총액도 지난 24일 기준 4조84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7월 상장한 이 ETF의 순자산은 6개월 전인 작년 9월23일(1조4161억원)에 비하면 3조원 넘게 증가했다.


TIGER CD금리투자KIS ETF는 CD의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하고 있다. CD는 은행이 정기예금증서에 양도성을 부여한 금융상품으로 30일~1년 만기로 발행된다. 이 상품 역시 손실이 날 가능성은 적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상품은 주로 기관의 유동성 관리 용도로 활용됐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인이 가세하기 시작해 주목도가 높아졌다”며 “올해에도 시장 경계감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시켜 보수적 대응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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