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차에 탄 손자 사망…"끔찍한 기억, 어머니는 죄 없다"
입력 2023.03.20 16:43
수정 2023.03.20 16:44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할머니 경찰 출석
지난해 12월 6일 강원도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경찰 조사에 첫 출석 했다.
할머니 A씨(68)와 그의 아들, A씨의 변호와 급발진 사고 민사소송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사고 이후 3개월 만인 20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강릉경찰서를 찾았다.
경찰 조사 전 하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반드시 해야 할 소프트웨어 결함은 분석하지 않고 하드웨어만 검사하는 부실 조사를 통해서 할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동차 제조사에는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급발진사고는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ECU)의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데, 국과수에서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통해서만 결함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 변호인 측 주장이다.
하 변호사는 "사고 5초 전 차량 속도가 110㎞/h인 상황에서 분당 회전속도(RPM)이 5500까지 올랐다"며 "가속페달을 밟아 RPM이 5500까지 올랐다면 속도가 140㎞/h 이상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근거를 제시해 국과수 조사의 모순을 지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갑자기 차량에서 굉음이 난다. 바로 이어 A씨가 "이게 왜 안돼? 큰일났다"고 말하는 소리가 담겼다. A씨는 "도현아, 도현아, 도현아"라며 애타게 손자의 이름을 불렀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지하통로에 추락하고 말았다.
숨진 아이의 아버지이자 A씨의 아들인 이 모씨는 "어머니는 사고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셔서 약을 드시지 않으면 주무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인기피증도 생기시는 등 힘든 상황을 직면하고 계시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이런 상황에서 조사를 받게 하고 싶지 않지만 어머니가 다시 기억해내야 할 끔찍한 아픔과 기억, 고통의 아픔이 이번 조사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전국에서 보내온 처벌불원 탄원서 7296부를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가 기존의 사례들처럼 운전자 과실로 끝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머니는 죄가 없다는 것"이라며 "급발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조사와 싸우는 힘 없는 소비자들을 대변해서 관련법이 꼭 개정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