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첫 합동연설회 '김기현' vs '안철수' 기싸움...이준석도 존재감 과시
입력 2023.02.14 00:00
수정 2023.02.14 00:00
金, 安 향해 "대통령과 자꾸 어긋난 길로 가"
安, 金 겨냥 "줏대 없이 끌려 달리는 당대표"
후보 못지않게 거친 경쟁...金·安 지지자들
이준석도 현장 등장 당원들과 스킨십 행보
13일 오후 1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제주 퍼시픽호텔 입구가 당대표 양강주자인 김기현·안철수 후보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물놀이패부터 확성기·부부젤라·붉은악마 머리띠까지 등장한 이날 연설회 현장은 지난 대선 현장을 방불케 할 만큼 수많은 인원이 몰려들었다.
친윤(親尹) 주자로 조직력에서 우위를 보인 김 후보는 이날도 가장 많은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세를 과시했다. 피켓과 플랜카드를 든 수십 명의 지지자들은 "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이라고 외쳤다. 안 후보 지지자들도 이에 지지 않고 "안철수를 당대표로"라고 기세 좋게 맞섰다. 황교안 후보 지지자들은 소수였지만 호텔 입구를 선점해 가장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행사장 안에서 양강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경쟁은 더 거칠어졌다. 당원들이 "김기현 김기현" "안철수 안철수"라며 각자 지지하는 후보 이름을 목이 터지게 연호하느라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행사에 앞서 김 후보 부인 이선애 여사도 등장해 당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당원들은 이 여사와 사진을 찍으며 "우리 김기현 후보 건강 잘 챙겨주세요"라고 당부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제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는 앞으로 전국 7개 권역에서 열리는 합동연설회 포문을 여는 격이라는 점에서 당권주자들에게 특히나 중요한 시간이다.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4명의 당권주자들은 첫 토론회 '승기'를 잡기 위해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안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김 후보의 '대통령 탄핵 발언'을 언급하며 "당대표 후보가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정신상태라면, 이런 당대표로는 결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를 겨냥해 "줏대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당대표, 힘 빌려 줄세우기 시키고 혼자 힘으로는 설 수 없는 당대표, 이런 당대표로는 총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안 후보는 김 후보에게 양자토론을 제안하며 "이번 전당대회는 안철수와 김기현, 두 사람 중에 선택하는 선거다. 우리 둘 중 누가 더 당 대표 적임자인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저와 김기현 후보는 더 많은 토론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발언 도중에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여러 번 "김기현"을 외쳤고, 이를 막으려는 안 후보 지지 당원들의 소리가 뒤엉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안 후보를 향해 "대통령과 자꾸 어긋난 길로 가고 '당정 분리'라고 하면서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견제해야 한다고 하면 우리가 왜 여당을 하느냐"며 "대통령과 손발이 맞는 힘 있는 대표가 돼야 일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대표는 대통령과 협력하는 부부관계이지, 따로 떼어 놓고 사는 별거 관계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제주 도시가스 보급률'을 언급하며 "2027년까지 도시가스 보급률 77% 달성" 약속 등 정책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황 후보는 "정통 보수 정당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김 후보와 안 후보의 공방은 무대 밖에서도 계속됐다. 정견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김 후보는 안 후보가 자신의 '탄핵' 발언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언론에서 김기현이가 1등이고 2등과 격차가 크다는 보도가 나왔으니 마음이 다급하겠으나, 발언의 뜻을 왜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 자제하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도 '대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 모두 훌륭한 분들"이라며 "제가 당대표가 되면 세 분을 김기현의 상임 특별 고문으로 모시고 상시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자신이 내세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부각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에 열심히 임하고 있는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엔 "아직 브리핑을 보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 주인공인 장제원 의원이 김 후보 탄핵 발언에 대해 "당정이 하나 되는 걸 강조하는 취지"라고 두둔한 것에 대해선 "한마디로 궤변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했다.
연설 중에 김기현 후보를 연호하는 소리가 많이 나왔고 사회자가 제지하기도 했다는 질문엔 "저는 못 들었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준석 전 당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친이준석계인 후보인 '천아용인'(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을 지원하기 위해 연설회 현장에 등장했다.
당대표 시절 자신의 정무실장이었던 김철근 실장 등과 현장을 방문한 이 전 대표는,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당원들과 인사하고 연이어 사진을 찍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이 전 대표가 자신의 '탄핵' 발언 등을 비판한 것에 대해선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가 천하람인지 이준석인 헷갈린다"며 "그러지 마시고 당당하게 나오시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히려 김기현 후보는 김기현을 팔고 있는 것인지 윤석열을 팔고 있는 것인지 당당히 답하시라"며 "김기현 후보는 선거하는 내내 남진과 김연경, 윤석열을 팔고 있지 않느냐"고 역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