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성냥갑 아파트 없앤다"…'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 발표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3.02.09 17:40
수정 2023.02.09 17:49

"용적률 제한 등이 획일적 건축물 양산…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충족하면 초고층 아파트 허용"

"저층부 개방해 삶의 질 높이는 시설물 채워 넣을 것…주동 형태 반복 안 되도록 복측형 설계 유도"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 디자인 우선 행정시스템 구축…용적률 120% 상향 등 인센티브 제공

'노들섬' 첫 적용…공중서 한강 조망하는 스카이 트레일 신설 등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도시건축 디자인 기자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 재시동을 걸고 서울의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만들기 위해 50층 이상 아파트 건립을 허용한다. 오 시장은 획일적인 형태의 아파트를 없애 서울시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세비야처럼 특색있고 상징적인 건축물로 채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창의적인 디자인 건축물의 사업 추진 필요성이 인정되면 용적률 120% 상향 등 파격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서울 디자인 혁신을 위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건축물의 높이·용적률 제한, 보존위주의 정책이 특색 없는 획일적인 건축물을 양산했다"면서 "초고층 아파트는 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디자인 특화설계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 저층부 특화ⓒ서울시 제공

서울시에 래미안 첼리투스(56층), 성동구 트리마제(47층)와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다시 세워진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성수, 잠실주공5단지, 은마 등 여러 재건축을 앞둔 지역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을 요청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곳이 있다"며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과 연계해 주민 편의시설, 한강변 수변공간과 연계성 등을 감안한 뒤 50층 이상을 허용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아파트 저층부는 개방해 공유 공간을 확대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시설물을 채워 놓겠다"며 "성냥갑 퇴출 2.0을 위해 같은 주동 형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중층 3개층 등 다양한 복층형 설계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주거지 면적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는 다세대·연립주택 등 저층주거지의 경우는 더 살기 좋은 동네 '한층 더' 예쁜 집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 특화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층 주거지 디자인 혁신ⓒ서울시 제공

발표안에는 아파트 주거 분야뿐 아니라 건축물 디자인 혁신안도 포함됐다. 먼저 시는 공공건축물의 경우 사전공모를 도입해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 방식의 디자인 우선 행정시스템을 구축한다. 사업 초기단계에서 기획 디자인 공모를 실시해 창의적인 디자인과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확정한 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적정 공사비를 책정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사전에 책정된 공사비의 한계로 특수공법 도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축 규제·제도도 유연하게 바꾼다. 특정 부지를 특정 용도로만 쓰도록 하는 규정을 없애고 같은 땅에 일자리·주거·문화 기능이 혼합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서울형 용도지역제'를 도입한다. 또한 높이·건폐율 등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한 '디자인 자유구역' 제도도 도입한다. 시는 법정 용적률을 최대 120%까지 완화해 설계비·공사비 일부를 상쇄하도록 허용하고 녹지와 공유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아파트 입면 특화ⓒ서울시 제공

이와 함께 건축 디자인이 각종 심의 과정에서 왜곡되는 현상 막기 위해 도시·건축·교통·환경 등을 한 번에 심의하는 '통합심의' 제도도 도입한다. 오 시장은 "(한국 건축물은) 용을 그려놨는데 뱀이 나오는 식"이라며 "공사 과정에서 무더기 설계 변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통합심의 제도가 도입되면 사업 추진 중 혼선 방지, 사업시행 기간 단축과 혁신 디자인이 사업 준공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시는 기대했다.


시는 이번 혁신안의 첫 시범 사업지로 용산구 노들섬을 선정했다. 공중에서 한강을 조망하는 스카이 트레일을 신설하는 등 노들섬을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다. 한강을 배경으로 한 수상예술무대도 새롭게 마련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제2세종문화회관, 성동구치소, 수서역 공영주차장 복합개발 사업지도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별도 공모를 통해 5개 민간 건축물을 시범사업지로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공중에서 한강을 조망하는 노들섬 새로운 아이콘 '스카이 트레일'ⓒ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현대적인 도시계획을 적용해 해마다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하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매년 1000만명이 방문해 연 8000억원의 관광 수입을 올리면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왜 이런 건축물을 가질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이런 도시를 벤치마킹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민 여가 공간을 확충하는 등 혁신적인 디자인 건축물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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