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미지 세탁하냐" 치매 할머니 업고 사진찍은 부산경찰 되레 뭇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3.01.31 00:45
수정 2023.01.31 00:46

치매를 앓고 있던 할머니가 지난 설 당일 길을 헤매다 경찰에 의해 보호자에게 무사히 인계됐다. 이 훈훈한 사연을 부산 경찰이 사진과 함께 공개했으나 오히려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부산의 한 지구대 경찰관들이 추위를 피하고자 찾아온 70대 할머니를 멱살 잡고 내쫓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이미지 세탁'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MBN·부산경찰페이스북

부산 경찰 페이스북에 지난 26일 "설날 당일 아흔이 다 된 연세의 할머니가 두꺼운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나오셨다가 길을 잃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부산 경찰 측은 "넘어지셨는지 타박상도 있었다"며 "출동 경찰관은 119구급대원에 요청해 응급조치한 후 이전 신고내역으로 거주지를 확인, 보호자에게 안전히 인계해 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추운 날씨에 피를 흘리고 계셔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지만, 단순 타박상을 응급조치 한 후 따듯한 집으로 신속히 모셨기에 건강상태에 큰 이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백발의 할머니를 업고 허리를 푹 숙인 채 걷고 있는 경찰관의 사진 두 장을 첨부했다. 이와 함께 치매질환자, 18세 미만의 아동 및 지적 장애인 등의 지문 등 사전등록을 장려했다.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사연임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아주 냉담했다. 지난달 14일 부산 모 지구대에서 발생한 사건이 공분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부산경찰페이스북

지난달 14일 자정 무렵 부산 모 지구대 경찰관들은 강추위를 피해 찾아온 70대 할머니를 강제로 내쫓았다. 이 할머니는 부산역에서 타지역으로 귀가하는 마지막 기차를 놓친 뒤 갈 곳이 없고 날씨가 추워지자 인근 지구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지구대에서 40여 분간 머무를 수 있었지만 쫓겨났다. 할머니를 쫓아낸 경찰은 이후 지구대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누리꾼들은 부산경찰 페이스북 게시물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갈텐데" "이 분위기에 이런 거 올리는 거 아니다" "이미지 세탁하는 거 너무 티난다" "부산 노인들은 경찰 도움 받고 싶으면 치매 걸린 척 연기하면 되나" 등 댓글을 남겼다. 일부는 쫓겨난 70대 할머니의 사건을 다룬 기사를 첨부하며 비꼬기도 했다.


거세지는 비난 여론에 부산 동부경찰서는 2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관내 지구대를 방문한 민원인을 지구대 밖으로 퇴거시킨 일에 대하여 민원인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원인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사안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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