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안팔린 설 선물 재고처리 어떻게?
입력 2023.01.27 07:23
수정 2023.01.27 07:23
재고관리에 속도…재판매 작업 착수
간편한 모바일 상품권 선호도 높아
받은 선물 중고거래로 하는 ‘명절 테크’ 증가
얼어붙은 경제 상황에 올해도 설 선물 구입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 이었다. 고물가로 선물을 생략하거나 저가형 실속 선물 세트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반대로 받은 선물을 되파는 ‘명절테크’도 활발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남은 재고를 처리할 방법에 대해 모색중이다. 업계는 명절 선물 사전 예약제를 적극 활용해 재고 관리를 하고 있지만 매년 남는 선물 세트가 발생한다.
맞벌이나 1인 가구 증가로 ‘집밥’을 해먹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 명절 선물의 대표 격이었던 식품류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자기 취향이 확고한 MZ세대에게 샴푸 린스 바디워시 비누 등 생필품 선물세트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과거보다 팔리지 않는 선물 세트가 늘었다. 식품업체들은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박스 포장을 벗겨내 개별 상품으로 재판매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샴푸와 린스, 치약 등의 생활용품은 명절 선물세트 상자 안에 담기 위해 기존보다 용량을 작게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낱개 판매가 어렵다. 이런 경우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B2B 판매로 이뤄지게 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보통 설과 추석 등 명절선물세트의 재고는 5% 가량 된다”며 “명절 선물 사전 예약제를 활용해 예약 물량에 맞춰 포장을 하는 ‘선주문 후포장’ 방식으로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받은 선물도 내놓는다…고물가 속 ‘명절테크’ 현상도 뚜렷
한편, 소비자들 사이에선 명절 선물을 중고 사이트에서 되팔아 생활비에 한 푼이라도 보태려는 ‘명절테크’ 활동이 늘고 있다.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이나 기름류 등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개인 거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직전 일주일간(1월 12∼19일) ‘선물세트’ 거래액은 전년도 설 연휴 직전 일주일(1월 24일∼2월 1일) 대비 62.44% 늘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올해 설은 허리띠를 졸라맨 이들이 유독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올해 설 연휴 직전 사흘간 ‘선물세트’는 당근마켓 인기 검색어 1위를 달리기도 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직전 사흘간(18∼20일) 인기 검색어 순위 5위에 스팸이 올랐다. 지난해 명절만 해도 스팸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이에 따라 명절 선물 되팔기 수요를 겨냥해 아예 중고 거래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생필품 선물세트 매입에 나서는 경우까지 생겼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추석부터 자체적으로 스팸 매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설에는 매입 시작 이틀 만에 1000개 이상의 매물이 들어왔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 거래 경험과 재미를 높여 신규 고객 확보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지난해 추석 매입 물량은 전액 기부했고 올해 설 매입 물량은 편의점 택배를 이용해 시중 가격보다 90% 싸게 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차가 크다. 일각에서는 “선물 준 사람의 정성과 성의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 소유권이 넘어온 상황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쓰도록 하는 게 합리적 행동”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명절 선물이 되팔이의 상징처럼 인식되면서 선물 패턴의 변화가 선행돼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명절 선물 문화가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수용자 중심으로 보다 '친절하게' 바뀔 필요성은 있다고 조언한다.
트렌드 분석업체 캐릿이 지난 연말 2030 직장인(20~34세 312명 대상)에게 선호하는 명절 선물을 조사한 결과, 66.3%가 온라인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받기를 원했다. "주고 받기 편리한데다"(63.1%), "직접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22.5%), "과대포장을 줄일 수 있다"(3.4%)는 게 이유로 꼽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대량으로 싸게 구매해 일괄적으로 명절 선물을 뿌리는 형태가 반복되면서 받는 사람들의 만족감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다양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