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사들의 의도적인 재판 지연? ①]…윤미향·조국 ·울산 사건 살펴보니
입력 2023.01.23 06:17
수정 2023.01.23 11:53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서 장기미제 사건 2배 증가…민사 처리기간 364.1일, 2년 만에 55일 늘어
윤미향 2년 4개월 만에 결심공판, 조국 3년 만에 1심 선고…2년 10개월 울산 사건, 1심 판결 안나와
그사이 윤미향 다 채우고 송철호 지방선거 재출마…법조계 "임기 다 채웠는데 판결 나오면 무슨 의미?"
라임사태 김봉현 재판도 '지지부진'…법원 보석허가 받은 뒤 결심공판 직전 전자팔찌 끊고 끝내 도주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우리 헌법 제27조 제3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 사법부의 '내 멋대로 고무줄 잣대'로 인한 기약없는 재판 지연은 심각한 고질병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흔한 정권 핵심 관련 권력부패 사건을 비롯해 형사, 민사사건까지 법원에 미제사건은 쌓여만 가고 있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장기미제 사건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2 사법연감'을 보면,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민사 1심 합의부에서 당해 본안 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364.1일로 집계됐다. 2020년 309.6일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55일가량 늘어났다.
특히, 접수된 민사 사건은 2020년에 비해 약 11% 줄었지만 오히려 사건 처리 기간은 늘었다. 민사소송법은 1심 재판을 5개월 안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형사재판 상황도 비슷하다. 1심 합의부 기준 구속 사건은 재판 시작부터 선고까지 138.3일, 불구속 사건은 217일 걸렸다. 2020년에는 각각 131.3일, 194.2일 걸렸다. 민사 사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형사 사건 접수가 9.38%가량 줄었지만 재판 기간은 늘어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무소속) 케이스를 꼽을 수가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문병찬)는 지난 6일 오후 준사기와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등 모두 8가지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윤 의원이 2020년 9월 기소된 지 무려 2년 4개월 만에 결심공판이 열렸고, 구형이 나온 것이다.
선고는 다음 달 10일인데,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윤 의원은 남은 국회의원 임기 1년 4개월을 모두 마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1심 재판을 끝내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린 것과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임기를 다 채웠는데 판결이 나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힐난했다.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도 만만치 않다. 조 전 장관은 다음 달 3일, 기소된 지 무려 3년 만에 1심 선고를 받는다. 검찰은 징역 5년 선고를 요청한 상태이며 앞서 딸 입시비리로 기소된 정경심 전 교수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역시 기소된 지 2년 10개월이 지났지만 1심 판결을 기다리고만 있다. 현재 재판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중 1심 결론이 나오더라도, 어느 한 쪽이 항소와 상고를 할 게 확실한 사건이기 때문에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가면 2024년까지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판이 한없이 늘어지자 송철호 전 시장은 임기를 다 채운 뒤, 지난해 지방선거에 재출마했다. 송 전 시장은 지방선거를 이유로 두 차례 재판에 불출석하기도 했다. 사실상 당선무효형이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밖에도 이른바 '라임 사태'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재판도 지지부진하게 길어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권과 검찰 등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20년 5월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은 구속 상태서 1심 재판을 받던 중 석방됐다. 법원이 전자팔찌 착용 등 조건하에 김 전 회장의 보석을 허가했기 때문인데,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하던 김 전 회장은 결심 공판을 코앞에 두고 전자팔찌를 끊어 도주했다. 법원은 김 전 회장 도주 후 약 1시간 뒤에야 검찰의 보석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