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줄줄이 망하던 메타버스 예능…‘소녀 리버스’로 본 가능성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1.12 14:22
수정 2023.01.13 13:59

카카오 엔터의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 메타버스 예능의 장점 구현 중

회당 10억 이상의 큰 제작비를 투입해 공을 들여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 쉽지 않았던 메타버스 예능이 거듭된 실패 끝에 호평을 받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개 중인 ‘소녀 리버스’가 그 주인공. 단점 또는 한계로 지적되던 요소들을 영리하게 극복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개 중인 ‘소녀 리버스’는 새로운 세계에서 데뷔를 꿈꾸는 현직 걸그룹 멤버 30인이 이름도 정체도 숨긴 채 버추얼 걸그룹 5인조로 데뷔하기 위해 경쟁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참가자들은 현실 세계에서 정체를 숨긴 채 버추얼 캐릭터를 통해 춤과 노래 실력, 끼와 매력 등을 선보이며 데뷔 멤버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개 과정은 기존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릭터를 소개하고, 또 춤과 노래 등을 선보이며 탈락, 합격의 과정을 거쳐나가는 것. 다만 버추얼 캐릭터들이 그 경쟁을 대신 소화하면서 만들어지는 색다른 재미가 ‘소녀 리버스’의 매력이 되는 셈이다.


지금은 ‘소녀 리버스’만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시작 전에는 다소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MBN ‘아바타 싱어’, TV조선 ‘부캐전성시대’, ‘아바드림’ 등 최근 TV 예능들이 메타버스에 연이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청자들의 싸늘한 반응과 함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던 것이다. 특히 정체를 숨긴 10팀의 아바타 싱어들이 경쟁을 펼치는 내용을 담는 ‘아바타 싱어’는 회당 제작비 10억을 투입, 색다른 음악 예능을 선보이기 위해 남다른 공을 들였음에도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저조한 반응을 얻었다.


공통점은 큰 제작비를 투입하며 완성한 버추얼 캐릭터들의 완성도가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다. 각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캐릭터 구현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시청자들이 가상 캐릭터라는 사실을 잊고 몰입할 만큼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캐릭터의 비주얼도 어색한데, 이것에만 방점을 찍다 보니 각 프로그램만의 서사도 탄탄하게 구축이 되지 못했었다. 결국 어느 한 곳에도 몰입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을 리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소녀 리버스’의 캐릭터들이 실제를 방불케 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소녀 리버스’는 애니메이션처럼 구현된 2D 캐릭터들을 통해 오히려 가상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기존과는 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대신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현실 세계의 정체를 공개하고, 캐릭터가 소멸되는 등 ‘소녀 리버스’만의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구축하면서 놀이의 장을 제공하는 것. 이 과정에서 캐릭터를 통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걸그룹 멤버들은 “다이어트나 화장을 하지 않아서 좋다”고 솔직하게 언급하는 등 이 세계관을 마음껏 즐기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다.


모두에게 익숙한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온 만큼 극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서사가 생기게 되고, 이에 캐릭터 또는 전개에 점차 빠져들게 되는 효과도 생겨난다. 때로는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놀라움을 유발하기도 하고, 캐릭터 뒤 참가자의 진정성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한 편의 잘 짜인 서바이벌 예능을 보는 듯한 재미를 안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메타버스 예능의 장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소녀 리버스’다.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 안에서 이를 캐릭터 플레이하듯이 즐기며 스토리에 몰입하는 것. 앞선 예능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메타버스 예능의 장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면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증명 중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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