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전 세계 휩쓴 '아바타2', 일본에선 애니 강세·기술 낙후로 안 통했다
입력 2022.12.24 13:57
수정 2022.12.24 13:57
1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역대 월드 와이드 흥행 수익 1위에 빛나는 '아바타'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13년 만에 돌아왔다. 전 세계 153개국에서 개봉한 '아바타2'는 첫 째 주 북미 극장가에서 1억 3400만 달러를 벌었다. 중국 등 나머지 지역의 티켓 판매액은 3억 50만 달러로 각 나라마다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며 '아바타2' 신드롬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단 한 나라, 일본에서만큼은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바타2'는 16일 일본에서 개봉해, 주말 이틀을 포함해 35만 4000명, 흥행 수익 6억 4600만 엔을 기록했다. 일본 내에서 역대 최다인 1446개 스크린까지 확보했다. 이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092상영관을 뛰어넘는 수치지만, 기대보다 저조한 결과다.
'아바타2'가 넘지 못한 벽은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본에서 3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봉 16일 동안 281만 관객을 동원하고, 41억 8600엔의 수익을 올렸다.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에서 지난 11월에 개봉했지만 아직도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 중이다. 누적 관객 수는 693만 9000명으로 박스오피스 수익은 934만 400 만엔으로 100 억 엔에 육박했다.
'아바타2'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 및 배우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프로모션을 펼쳤으나 철옹성 같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 상황이 일본에서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도 개봉 당시, 일본에서만 '명탐정 코난: 감청의 주먹, '명탐정 피카츄'에 밀려 박스오피스 정상을 탈환 당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역시 '명탐정: 제로의 집행'에 밀린 바 있다.
일본의 역대 흥행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살펴봐도 자국의 '애니메이션 사랑'을 알 수 있다. 1위가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 2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3위 '타이타닉', 4위 '겨울왕국', 5위 '너의 이름은', 6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7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 8위 '모노노케 히메', 9위 '춤추는 대수사선 더 무비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 10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으로 애니메이션이 6편이다.
이와 함께 일본의 낙후된 상영 환경도 '아바타2'의 흥행을 저지하는 요소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3D 장비 부족 등 기술적인 문제로 '아바타2' 정상 상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 있는 한 극장은 '아바타2'를 프레임률을 절반으로 낮춰 기존 영화와 같은 수준으로 상영했다. '아바타2'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영화 상영관들의 최신 장비 교체가 더뎌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영화광이 많은 일본에서의 상영 차질은 '아바타2' 흥행 부진의 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다. 일본의 멀티플렉스 특수관에서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도 만족감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역시 개봉 초반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일본 역대 박스오피스 3위, 실사 영화 중 1위를 기록했다. '아바타1' 개봉 후 9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159억 엔의 수익을 기록해 북미, 중국, 프랑스 다음으로 흥행했다. 이는 일본에서 '아바타2'의 흥행 신드롬의 흥행 근거가 될 수 있다.
12월 23일부터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강자로 불리는 후쿠다 유이치 감독의 '블랙 나이트 퍼레이드', '거울 속의 외딴성'이 개봉한다. 경쟁작들이 늘어나고 스크린 배정 수도 바뀌기에 '아바타2'가 현재의 순위를 유지할 것인지, 역전 할 수 있을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일본의 한 영화 관계자는 "연말에 '아바타2'의 관객 수가 증가할 가능성은 높다.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이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라며 "아직 특수관에서의 관람을 위해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도 있을 것이다. 화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입소문이 중요할 것을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