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모험극·뮤지컬 장르 손 잡고 대중성 노린 종교 영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12.13 14:09
수정 2022.12.13 14:09

윤시윤 "김대건 신부를 꿈꾸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도록 연기"

종교 영화는 종교적인 이념을 앞세워 교리를 전파하거나 선교의 목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최근 국내 스크린에 걸린 종교 영화들은 장르적인 색채를 대중성을 강조했다. 보통 종교적 인물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며 정보 전달과 업적에만 치중해 지루하다는 인상에서 벗어나려고 한 노력들이 돋보인다.



윤시윤 주연의 '탄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고(故)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선정 세계기념인물 선정 기념으로 기획됐다.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김대건 신부의 성인 다운 면모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김대건이란 인물을 통해 유교 중심이었던 조선시대에 인간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새로운 생각을 가진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사제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가 되어 조국에 입국하며 드디어 우리나라의 첫 사제가 되는 이야기는 청년의 모험기라는 형식을 띈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대에 희망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스물 다섯 살 청년 김대건의 분투기를 모험극과 결합시켜 볼거리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김대건은 옥중에서 관가 요청으로 세계 지리에 관해 편술하고, 세계지도를 번역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일들도 전달하며 김대건을 향한 새 해석 제시. 전체적으로 순교보다는 청년 김대건의 꿈과 도전에 더 무게를 뒀다. 여기에 김강우, 정유미, 이준혁, 최무성, 강말금 등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의 작은 역할임에도 불구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윤시윤은 "'탄생'은 1800년대 역사들과 당시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당시를 능동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종교인 뿐 아니라 개척자, 청년, 꿈꾸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도록 했다"라며 "지금의 종교인들의 이야기나 어쭙잖은 메시지를 준다면 영화의 힘이 한정적일 수 있지만, '탄생'은 거룩하거나 성스럽기만 하지는 않다. 구경할 가치가 있는 영화다"라고 전했다.


한국인 최초 목사 김창식의 생애를 영화로 만든 '머슴 바울'은 KBS1 성탄 특집 ‘머슴 바울, 김창식’의 극장판으로, 뮤지컬 형식을 접목시켰다.


1888년 서른 한 살의 김창식은 당시 저잣거리에 퍼져 있던 괴소문(서양인들이 조선 아이들을 유괴해서 삶아 먹는다)에 격분해 직접 증거를 찾기 위해 올링거 선교사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지만 예상과 달리 머슴을 친절하게 대하는 선교사 부부에게 점차 감화되고 이후 ‘산상수훈’ 구절을 만나면서 삶이 바뀌기 시작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머슴으로 살던 김창식이 한국인 최초의 목사가 되는 과정에서 극적인 지점들을 감동적이면서 위트 있는 뮤지컬 넘버로 되살려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고, 뮤지컬 배우 김영훈이 김창식 목사를 연기해 진정성을 녹인 열연을 보여줬다.


종교 영화는 연출자의 해석이나 주제에 따라 종교인들의 비난을 받을 수 있으며 신자 외 관객 확보가 쉽지 않아 대중적, 상업적으로 풀어내기 까다롭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탄생'과 '머슴 바울'은 종교 영화란 첫인상에 머물지 않고 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메시지로 끌어내며 관객들에게 부지런히 다가가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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