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포니 알아?"… 현대차, 전설의 車 디자이너 다시 찾은 이유
입력 2022.11.24 14:42
수정 2022.11.24 14:43
국내 최초 독자모델 '포니'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포니쿠페, 내년 봄 콘셉트카 공개… "그 모습 그대로"
MZ에겐 '사이버펑크'·5060은 '가슴뭉클' 선사
"역사는 해석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해석은 자유롭지만, 기준이 되는 것은 항상 필요하죠. '역사를 잊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듯, 이번 포니 복원 프로젝트는 과거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현대차 '포니'와 '포니 쿠페'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유산이자 기준이라고 표현했다. 출시 50년이 지난 후 당시 포니를 디자인했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현대차가 다시 찾은 이유다.
현대차는 24일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에서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Chief Creative Officer) 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토크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주지아로와 함께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포니를 디자인했던 시절,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 한국과 현대차의 디자인을 맡아 뿌듯했다”며 “현대차의 브랜드 유산을 기념하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말했다.
기술력 한계에 양산 못한 설움… 현대차가 할 수 있는 '존중'
포니쿠페는 현대차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포니와 함께 양산을 목표로 선보인 콘셉트카다. 당시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는 당시 포니쿠페에 진심이었다. 콘셉트카를 넘어 첫 양산 스포츠카로 선보이기 위해 프로토타입(양산 시제품)을 개발했고, 금형까지 모두 제작한 상태였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의 한계에 부딪혀 결국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 지금의 현대차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 현대차는 '포니'를 갓 출시해본 경험 뿐이었다.
엔지니어링 한계로 포니 쿠페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독자 모델로 양산된 포니는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지금의 현대차를 있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토대가 된 대표적 모델인 셈인데, 포니와 포니쿠페를 디자인 한 인물이 조르제토 주지아로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로,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 2세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했다.
포니를 시작으로 현대차는 50년간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한국 경제에도 큰 역할을 해냈다. 이에 이번 포니 쿠페 복원 프로젝트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포니를 되살린다는 것을 넘어 급속한 성장을 이룬 현대차가 과거를 되돌아보고, 당시의 열정을 되짚는다는 의미가 깃들어있다.
이 부사장은 "항상 앞만보고 달려왔는데, 어느순간 돌아보니 전통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포니쿠페에 대한 기록이 사진 몇장과 드로잉 몇장 밖에 남지 않았고, 80년대 초반쯤 유실된 것 같다"며 "한달 전 토리노에 가서 포니 쿠페 복원 작업을 부탁했다. 포니 쿠페를 복원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이번 포니쿠페 복원을 접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반응도 기대하고 있다. 앞서 포니 쿠페 디자인을 계승했던 'N 비전 74' 공개 당시 국내와 해외, 또 세대간 반응이 제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유산이자 현대차의 아이콘인 포니쿠페를 보고 누군가는 향수를, 누군가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부사장은 "포니쿠페는 유산이자 아이콘이며, 전통을 다시 한번 방문하는 여정이다. 세대간 고객들의 반응이 모두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역사는 해석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니쿠페를 모태로 만든 'N비전 74' 론칭 당시 국내에선 포니 쿠페의 스토리를 아는 기성세대가 많기에 가슴 뭉클함을 느끼고, 외국에선 주지아로의 디자인을 아는 사람들이 재해석에 의미를 두고, 젊은 세대는 오히려 '사이버 펑크'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앞으로의 신차 디자인에도 과거를 계승하는 디자인 포인트를 적용할 예정이다.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심으로 디자인 하되, 헤리티지를 통해 현대차의 정체성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차를 디자인 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지만, 헤리티지야 말로 체스에서 '킹'과 같은 역할을 한다. 헤리티지는 언제나 중심에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계승하는 디자인을 하려면 엔지니어링을 극복해야하고, 계승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며 "아이오닉의 다음 세대는 분명히 계승하는 디자인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