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국감] 김정숙 타지마할 '혈세 관광' 의혹…인도가 먼저 초청? 사실은 달랐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2.10.06 00:10
수정 2022.10.05 23:28

인도의 간곡한 요청?…文정부 먼저 요구

3일 만에 예산 4억 배정 '재난대책급 속도'

'공무출장보고서'에 타지마할 방문은 빠져

與 "외교를 외유로 전락시킨 외교참사"

이른바 '김정숙 버킷리스트'로 논란이 됐었던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이 사실은 당시 청와대 발표와 달리 우리 정부가 인도 측에 먼저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도 타지마할 방문은 국가 예산이 소요된 공무상 출장이었음에도 결과보고서에서 빠지는 등 국고를 이용한 외유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5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공개한 2018년 9월 27일 작성된 외교부 공문에 따르면, 주인도대사는 '허왕후 기념공원 확대조성사업 착공식'에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초청하고 싶다는 인도 측 요청을 전했다. 인도 측의 초청 대상은 김 여사가 아닌 도 장관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다음 달인 10월 우리 외교부는 인도 측에 '영부인이 함께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후 인도 측에서 김 여사를 초청하는 내용의 인도 총리 명의의 초청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배 의원실 관계자가 외교부에 확인한 사실이다.


따라서 외유 논란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은 '거짓'이었다는 게 배 의원의 판단이다. 실제 고민정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은 "모디 총리께서 김정숙 여사가 행사 주빈으로서 참석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내옴에 따라 성사됐다"고 했었다.


배 의원은 이날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외교부, 기획재정부, 문체부 등의 당시 순방 관련 공식 자료를 대조한 결과 청와대의 모든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고, 박보균 문체부 장관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거짓 해명에 더해 긴급 예비비 편성도 논란이 됐다. 김 여사의 순방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가 동원됐고 3일 만에 4억원이 배정됐다. 지난 5년 동안 3일 만에 예비비가 배정된 사례는 총 30건이었는데, 대부분은 코로나19 혹은 긴급재해대책비였다. 김 여사의 인도 순방이 과연 긴급재해대책비 수준의 긴급성을 요하는 사항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김 여사의 인도 순방 중 타지마할 방문 일정은 당초 기재부나 문체부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현지에서 갑작스레 추가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지만 공무출장 뒤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결과보고서'에 타지마할 방문은 제외됐다. 모든 정황이 김 여사의 개인적 욕망을 위한 ‘외유성 순방’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귀결된다.


배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순방 관련 문체부의 내부 감사를 촉구하는 한편, 국고의 사적 사용 등 문제가 발견될 시 국고 환수 등 적법한 사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도 당 차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민주당의 해명을 압박하고 나섰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해 인도 정부의 초청장이 와서 갔다고 했으나 이는 거짓 답변이며, 실상은 우리 정부가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부 외교부는 김 여사 관광을 위한 에이전트였느냐. 김 여사의 '나홀로 타지마할 관광'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대표단 출장 예비비 4억원이 하루 만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고 사흘 만에 배정이 됐다. 코로나 등 대규모 재난 사태 때나 가능한 초고속"이라며 "김 여사의 타지마할 관광이야말로 국익 외교를 사적 관광 외유로 전락시킨 외교참사"라고 규정했다.


장동혁 대변인은 나아가 "김 여사는 문 전 대통령 해외순방 30회 중 27회를 동행해 방문국 숫자로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가는 곳마다 유명 미술관, 박물관, 관광지는 필수 코스로 찍었다"며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김 여사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사용되었는지 따져 묻는 것은 '매우 무례한 짓'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당시 인도 측에서 문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무산되자 김 여사를 초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희 전 문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도 측이 최초 제안한 대통령 초청이 무산되자 여사님 초청을 제안한 게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황 전 장관은 "인도 측에서 최초 도종환 문체부 장관 초청을 제안했는데 청와대가 김 여사 방문으로 재차 제안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인도 측으로부터 문체부 장관 초청장이 먼저 오고 김 여사 초청장이 나중에 오고하는 문제는 우리 측 의사 결정에 따른 실무적 과정일 뿐"이라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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