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 일상감사 패싱…1700억 부동산 처분
입력 2022.09.26 09:44
수정 2022.09.26 10:00
감사실 담당자 징계 주의조치 그쳐
한국투자공사(KIC)이 1700억원 규모의 수익성 고유자산을 매각하면서 일상감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한투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투공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 위치한 메이플타워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내부 일상감사를 누락했다.
메이플타워는 케이리얼티 제6호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라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 REITs)가 보유한 자산으로, 한투공은 지분의 40%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밖에 경찰공제회 37.5.%, KT에스테이트가 17.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한투공은 2014년부터 메이플타워를 리츠회사를 통해 부동산 간접투자 방식으로 운영해왔으며, 지난해 운영만기에 따라 매각을 진행, 총 1700억원에 KT estate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한투공은 투자원금(160억원) 및 미배당금(17억원), 약 113억원의 매각이익을 얻어 총 300억원 수익을 냈다. 이는 창사 이래 최초 및 최대의 수익성 자산 처분거래다.
그러나 한투공은 이 같은 자산매각을 추진하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일상감사를 받지 않았다.
한투공 내부 감사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자산(투자주식 포함) 및 물품의 처분이 발생하면 최종결재자의 결재에 앞서 감사실장을 경유, 감사가 그 내용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의견을 첨부하는 방법으로 일상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플타워 매각은 고유자산 처분에 해당돼 일상감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운용부서는 감사실 문의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경영관리부장(COO)에게 결재를 올리고 사장의 최종결재를 받아 매각을 진행했다.
한투공 감사실은 지난해 7~8월 ‘한투공 공직기강 확립 특별점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담당자 징계처분을 요청했으나, 주의조치에 그쳤다.
김주영 의원은 “일상감사 누락으로 감사를 통한 매각절차나 매각금액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사전 이사회 보고와 의결요구 등의 의견 제시도 없었다”며 “한투공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전문 공공기관으로서 고유자산 투자 및 처분관리에 있어 엄중한 규정과 절차 준수가 있음에도 그것을 따르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세부 규정을 강화해 안정적인 운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