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새 시장 뚫고, 현지 제작…가능성 넓히는 ‘K-콘텐츠’ 글로벌화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9.11 07:37
수정 2022.09.10 01:38

‘런닝맨 필리핀’ 현지 지상파 채널에서 호평 속 방영 중

‘악의 꽃’ 한국 드라마 최초로 인도 리메이크

인도를 비롯한 새로운 시장에서 한국의 콘텐츠를 주목하기도 하고, 국내 인력들이 직접 해외와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영화,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주목하면서, 하나의 콘텐츠를 더 많은 시장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SBS 공동제작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런닝맨 필리핀’이 현지 지상파 채널 GMA를 통해 주말 프라임 시간대 방송됐다. 1, 2회 시청률은 각각 전국 평균 14.1%, 14.4%(닐슨필리핀 집계)를 나타내며, 같은 시간대 방송된 프로그램들 중 1위를 차지했다.


포맷 수출→공동제작, 글로벌 리메이크 활발한 K-콘텐츠

‘런닝맨 필리핀’에는 미카엘 데즈와 배우 루루 마드리드, 글레이자 데 카스트로 등 필리핀의 스타들이 출연했으며, SBS 최소형 PD가 연출을 맡아 경기도 수원 화성 행궁 등 국내 명소들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앞서 SBS는 2019년 한-베 공동제작을 통한 베트남판 시즌1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뒤 시즌2까지 안정적으로 방송한 바 있었다. ‘런닝맨’의 해외 인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들이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 독일 등 50여 개국에 포맷을 수출한 MBC ‘복면가왕’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독일 등 총 15개국에 포맷을 수출한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글로벌 리메이크를 통해 한국 예능의 글로벌 가능성을 꾸준히 보여주던 사례들에 이어 현지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국내 제작진의 역량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이미 해외에서 활발하게 리메이크가 이뤄지고 있던 드라마는 최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국 콘텐츠의 인기가 워낙 높아 한류 불모지라 불리던 인도에서 tvN ‘악의 꽃’이 리메이크 돼 현지 최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지5’(ZEE5)를 통해 공개 중인 것. 인도 내에서 한국 콘텐츠가 최근 몇 년 큰 인기를 모으면서, ‘악의 꽃’에 이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역시도 인도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최근 ENA 채널은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공개되며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미국, 일본, 중국은 물론 터키, 필리핀, 독일 등 전 세계 수십 곳에서 리메이크를 비롯해 다양한 제안을 받으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 중인 CJ ENM은 현지 제작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또 다른 활용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써니’, ‘극한직업’은 유니버설 픽쳐스와 공동으로 미국에서 리메이크 작업이 진행 중이며, CJ ENM은이 직접 제작에 참여 중인 ‘기생충’은 TV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해외의 제작사 및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콘텐츠 활용 방식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진출 반갑지만…불확실성 해결 숙제

한 방송 관계자는 “OTT, IPTV나 VOD 서비스 등으로 넘어가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리메이크를 하거나 포맷을 파는 등 유통 방식이 다양해진 것은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최근 강조되는 것이 IP이지 않나. IP까지 소유해서 여러 2차 사업들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해진 것 같다. 특히 그 시기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진출에 대한 위험성은 간과할 수 없었다. 해당 관계자는 더욱 복잡해질 계약 문제를 비롯해 해외 시장에서 직면할 어려움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해외 진출은 늘 불확실성을 함께 안고 있다. 계약 직전 제작이 무산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계약 파기나 변심 등도 종종 불거지곤 한다. 그러면 법적 소송이 필요한데, 이것을 해외에서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 적용 문제도 그렇고, 비용이나 기간이 훨씬 많이 소모된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다 보면 해외 시장 불신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무단으로 콘텐츠를 베끼기도 하는데, 이 역시도 해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 우선 IP에 대한 개념들이 확실하게 세워져야만 2차, 3차가 가능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메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현지화’ 역시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고. 또 다른 관계자는 “예능, 드라마 모두 현지의 정서나 분위기에 맞게 리메이크를 하는 것이 늘 중요하다. 예능은 특히 각 나라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르기도 한데, ‘런닝맨’은 이미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었으며, ‘복면가왕’과 같은 프로그램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매개가 됐다. 이렇듯 프로그램 성격을 고려해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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