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생태계 파괴→관객 유입 기대" 미국 영화계, 무비패스 보는 달라진 시선…국내는?
입력 2022.09.10 17:01
수정 2022.09.10 10:23
미국서 무비패스, 오픈 날 46만명 모여
미국에서 2011년 처음 출시돼 '극장판 넷플릭스'라고 불렸던 무비패스가 9월 5일 다시 돌아왔다. 무비패스는 당시 한 달 동안 45달러를 지불하면, 매일 극장에서 영화를 한 편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로 시작했다. 2017년에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구독료를 9.95달러로 대폭 낮추며 300만 명 구독자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영화 한편 티켓값으로 한 달 내내 무제한으로 볼 수 있으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비패스 최고 경영자 테드 팬스워스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가입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게 의도였지만 무리한 가격 인하로 늘어나는 적자의 눈덩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용자가 한 달에 한 편 이상을 관람하면 나머지 비용은 무비패스가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 경영난에 부딪쳤다. 이에 무제한이 아닌 영화 세 편으로 관람 횟수를 제한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2019년 문을 닫았다. 이에 업계에서 무비패스는 '실패한 서비스'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무비패스는 4년 만에 보란 듯이 부활했다. 구독료는 10달러부터 20 달러, 30 달러로 차등을 둬 횟수를 제공한다. 무제한 관람은 제외됐다. 무비패스는 대기자 명단을 먼저 받은 후 지난달 29일 가입 구독자 오픈 첫날, 46만이 몰렸다. 대기자 명단은 선착순으로 받았으며, 일정 기간이 마감되면 친구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초대할 수 있는 친구는 10명으로 제한을 해 구독 첫날 서버가 잠시 다운되기도 했다.
무비패스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전체 극장의 25%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대형 체인점 극장을 제외할 경우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무비패스의 부활을 두고 흥미로운 점은 과거와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너무 저렴한 값에 서비스해 영화 산업 생태계를 망친다는 비난을 받고는 했다. 현재도 물론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극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미국 박스오피스는 113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지만, 2020년 21억으로 곤두박질 쳤다. 2021년에 50억 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022년 상반기 53억 달러까지 회복했지만 2019년 같은 기간의 84억에 비해 아직 부진하다.
그러나 환영하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올해 '더 배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탑건: 매버릭', '미니언즈 2' 등 블록버스터들이 연이어 등장해 흥행한 것에 이어 무비패스가 멀어졌던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유입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깔려있다. 팬데믹이라는 환경이 업계에서 무비패스를 보는 지배적인 부정적인 시각을 양분시켰다.
국내 극장가, 수익 분배·이해관계 복잡해
국내에서는 무비패스가 관객을 반짝 모으기 위한 이벤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는 한다. 지난 4월 영화진흥위원회와 대형 멀티플렉스가 한국 영화와 영화관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일주일 동안 '무비 위크'를 진행한 바 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팔찌 구매 시 상영작을 하루 동안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메가박스가 글로벌 영화사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와 손잡고 9월 21일부터 3개월 동안 '워너 필름 소사이어티' 기획전을 진행하며 무비패스를 판매한다. 영화 관람권 3매 권은 25% 할인가로 11월 30일까지, 6매 권은 40% 할인된 가격으로 9월 27일까지 구매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무비패스가 완전히 하나의 관람 형태로 정착되기에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시각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극장과 배급사 간의 수익 분배에 대한 합의와 특수관 적용 여부 등 논의되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다. 긍정적인 연착륙이라 평가받는 해외의 경우에도 국내 극장 티켓값보다 높은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다는 배경적 차이도 있다. 티켓 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 해결책으로 무비 패스가 주목받을 순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에 미칠 시뮬레이션을 마친 후 데이터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황재현 CJ CGV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무비패스는, 모든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가 모두 합의를 해야 가능한데 어려운 구조다. 또 수익을 본 작품에만 분배할 것인지, 분배하지는 않았어도 힘을 합친 곳과도 나눌 것인지도 모호하다. 또 동참하지 않은 배급사들의 입장도 있을 텐데 업계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연기해왔던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확정하는 흐름이다. '범죄도시2'가 천만 돌파를 하며 극장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수익을 얻었다. 이는 콘텐츠의 힘만 있다면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검토의 대상은 될 수 있겠지만, 무비패스를 진행해 수익을 나누는 전략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는 "국내는 통신사 카드 등 제휴 제휴 마케팅이 활발하다. 관객들이 그 부분을 잘 이용하고 있고, 극장과 배급사가 가져가는 부율 조절이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긴 하지만, 변화되는 트렌드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