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ick] "길 고양이? …이젠 동네 편의점 스타냥이라옹~"
입력 2022.08.27 15:30
수정 2022.08.27 15:36
길 고양이였던 괜찮이와 흰돌이가 편의점 인기 스타로 떠오르기까지
지난 26일 오후 12시경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의 한 편의점. 편의점 문을 여니 ‘딸랑’ 소리보다 ‘야옹’하는 울음 소리부터 들린다. 카운터 아래를 보니 고양이 2마리가 여름 햇살을 받으며 편히 늘어져 있다. 화이트 컬러의 통통한 고양이는 ‘흰돌이’(8), 치즈 컬러의 호리호리한 고양이는 ‘괜찮이’(6). 벌써 1년 째 편의점 점주 김 씨(66)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반려묘들이다.
흰돌이와 괜찮이는 점주가 지난 8월 초 게시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공고문 덕분에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화제가 됐다. 공고문 제목은 ‘고양이 좋아하는 분. 주말 오전 11~17시’로 함께 첨부된 사진엔 고양이들이 무표정으로 앵글을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고양이들은 사이즈에 맞는 편의점 조끼까지 갖춰 입었다. 김 씨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고에 지원했다”면서 “아르바이트생은 일도 잘하고 고양이도 잘 돌보는 사람으로 뽑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어느새 편의점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한 흰돌이와 괜찮이. 처음엔 고양이들만 집에 놔두고 오려니 맘이 쓰여 데려왔지만, 어느새 동네 ‘스타냥’으로 떠올랐다. 유독 순하고 낯가림 없는 성격도 이들의 인기 포인트. 녀석들은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으면 방울을 딸랑이며 주변을 서성이거나, 판매대 아래 훌러덩 배를 까고 누워있기도 한다. 손님이 없을 땐 김 씨가 직접 카운터에서 나와 장난감을 흔들어주고 간식도 챙겨 준다.
김 씨가 가장 처음 아이들을 만난 곳은 수 년 전 동네 길거리. 오들오들 떨던 길 고양이의 어린 새끼들이였다. 그는 “딸이 평소 유기묘에 관심이 많아 새끼들을 직접 거둬 들이기로 했다. 동물들을 사랑하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모두 찬성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낯 가렸던 녀석들도 김 씨 가족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한 걸음 씩 다가왔다.
괜찮이는 처음 발견했을 때 앞 다리 한 쪽이 크게 다친 상태였다. 김 씨와 그의 가족들은 성심성의껏 그의 치료에 매달렸다. 매일 같이 ‘모두 괜찮을 거야’라고 녀석을 보듬어 지금의 이름도 붙여진 거라고. 비록 괜찮이는 외다리가 됐지만, 김 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은 탓 일까. 편의점 안을 뛰어 다니는 걸음이 어떤 고양이보다 발랄하고 힘차다.
이젠 누군가의 반려묘로, 동네 주민들의 귀염둥이로 남은 묘생을 살게 된 괜찮이와 흰돌이. 편의점 카운터 주변엔 고양이들의 팬들이 두고 간 그림과 간식 등 선물이 한 가득 이다. 녀석들 덕분에 하루 하루 무료할 틈이 없다며 웃음 짓는 김 씨. 그는 “고양이들을 보러 더욱 많은 손님들이 멀리서도 편의점을 찾아 오신다. 다들 아이들을 예뻐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괜찮이와 흰돌이가 동네 주민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