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신의 인격과 인성이 집약된 한 마디
입력 2022.08.22 07:07
수정 2022.08.22 13:52
학위 준 대학에 모욕 안긴 석사님
호남 경선을 통해 이대명 재확인
여당은 민주당의 변화 보고 있나
“저는 중앙대를 졸업했고 사법시험을 합격한 변호사인데, 제가 어디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의 석사학위가 필요하겠습니까. 필요 없잖아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지난 2016년 11월 4일 민족문제연구소·부산대 총학생회 등이 주최한 부산 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자신의 석사논문 표절 논란에 대한 해명을 그렇게 했다. 표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밝히는 게 아니라 느닷없이 자신에게 학위를 수여한 대학에 침을 뱉은 것이다. 그의 인격과 인성이 집약된 한 마디였다.
학위 준 대학에 모욕 안긴 석사님
2005년에 제출한 논문이었으니 그가 성남에서 변호사로, 또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지역사회에서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 산 당시의 경원대학교(가천대학교의 전신)에서 대학원 학생으로 초치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입학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그는 그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일반행정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그리고 논문을 제출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리 대학의 위상을 높여주는 셈치고 학위를 받아 주십시오’라는 부탁을 대학 측으로부터 받았던 것일까? 이런 추측은 상식에 반한다. 자신이 원해서 코스웍을 거쳐 논문을 제출했을 것이다. 그래서 받은 학위였을 텐데 표절이라고 말썽이 나자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의 석사학위’에 분풀이를 했다.
그는 그해 12월 11일 페이스북에 “누군가 과장해 지적했다”고 썼다. “이유를 막론하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해당 대학 폄훼는 멈추지 않았다.
“객관식 시험 적당히 치르면 석사학위 주는 곳인데 공부결과를 정리하기 위해 굳이 논문을 썼다.”
그 다음날에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다시 사과했다. ‘과장’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2021년 12월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가서는 “제가 (표절을) 인정합니다. 뭐 제대로 인용 표시 안했고, 표절 인정하니까…”라고 밝혔다.
“7년 전 표절 인정하고 반납했습니다. 내 인생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잘못했으니까 반납했는데 학교에서 취소해주면 되는데 안 해주더라고요.”
이제 사회적·정치적으로 많이 컸으니, 그따위 말썽만 많은 석사학위 필요할 까닭이 없다. 그래서 버리려는데 대학이 버리지 못하게 한다. 그런 투의 말이었다.
호남 경선을 통해 이대명 재확인
가천대학은 학칙에 취소의 근거가 없다고 밝혔었다. 거기에 더해 지난 4월 18일 그의 석사학위 논문 [지방 정치 부정부패의 극복 방안에 관한 연구]가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정했다. 본인은 표절했다고 하는데 대학은 아니라고 한다. 당사자가 반납했다는데 대학은 받아줄 근거가 없다고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공식적으로 그의 ‘석사’ 지위를 재확인했다. 당초 문제를 제기했던 재학생들과 동문들만 뜨악하게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이로써 ‘이재명 석사논문 표절 시비’는 일단락 됐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만 확인시킨 채.
그 이 의원이 이른바 ‘개딸’ 등의 ‘당헌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삭제 요구’에 대해 완곡히 만류하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일 전북 합동 연설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더는 이런 것으로 논란을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설명이 이렇다.
“(당헌 80조는)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같은 부정부패 사건에 관한 것이며, (직무의) 자동 정지도 아니고 사무총장이 정지하고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는 것이라 실제로 큰 의미가 없다.”
사무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인데 뭐가 걱정이냐는 말이다. 그렇다면 진작 이런 논란을 앞장서 잠재웠어야 할 텐데 그간엔 오히려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고, 정부와 여당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9일 후보토론회)며 은근히 부추기는 인상을 줬었다(과거 문재인 당 대표가 주도해서 신설한 조항을!). 그러다가 아주 인심 쓰듯 ‘개딸’들의 자제를 당부한 것은 그 사이에 갑옷 보완이 잘 됐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80조 제3항의 당직 회복 판단권이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이관됨에 따라 안전장치가 확실해졌으니까.
21일 광주 전남지역 경선에서도 역시 이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이제 서울·경기지역 경선과 2차 여론조사만 남겨뒀을 뿐이다. 그간의 이 후보 누적 득표율은 78.35%로 압승에 어떤 차질도 생각할 수가 없게 됐다. 이대명(이미 대표는 이재명)이 재확인된 것이다.
여당은 민주당의 변화 보고 있나
그런데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에 최적화된 것 같은 이 후보가 거대정당의 대표직을 어떻게 수행해 갈지 흥미 거리다. 아무리 봐도 그의 감성지수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오히려 저 사람의 인성에도 맹자의 4단(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에 어울리는 부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비슷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면서도 이처럼 높은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사적인 수수께끼다.
△단지 0.73%포인트의 표차를 좁혀주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하다는 부채의식 △정권을 잃은 데 대한 죄의식과 분노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 회복에 대한 희망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이 후보의 스타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팬덤 △차기 대안으로서의 유일성 등 다양한 이유와 동기가 있을 법하다. 어쨌든 이 후보는 야권 부동의 ‘미래 담지자’로 떠받들려지고 있다. 이는 그들의 선택이다. 남이 옳다 그르다, 잘했다 잘못했다 할 일은 아니다(다만 천변만화하는 정치권 기류 속에서 5년 후의 구도가 어떻게 변해 있을 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작 꼴불견은 여당이다. 자신들이 어떤 세력을 상대하고 있는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표정들이어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2016년 12월 9일, 야당 의원들과 의기투합(?)해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받은 보상은 무엇이었는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그의 정부,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전과를 독점하고 희희낙락하던 5년 동안을 돌아 볼 일이다. 그 ‘탄핵소추의 동지들’이 권력의 한 자락이라도 나눠줬던가?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되찾았으면 국민으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학습의 제1과(課)일 터이다. 살점이 좀 더 붙은 뼈다귀를 다투느라 경쟁 상대의 힘이 얼마나 강해지는 지를 감지조차 못한다면 이미 차기 정권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의 석사 학위’ 따위가 왜 필요하겠느냐는 ‘이대명’이, 권좌에 높이 앉아 휘두를지도 모르는 ‘적폐청산의 칼’ 앞에서 부들부들 떨겠다면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