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완성도·신뢰도 함께 하락…쿠팡플레이, ‘안나’ 사태 통해 놓친 것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8.17 10:54
수정 2022.08.17 10:55

“감독의 편집 방향성 존중해 시청자들에게 약속한 감독판 8부작 공개하게 됐다”

섬세함, 디테일 살아난 감독판, 메시지 깊이도 깊어져

이주영 감독과 쿠팡플레이가 ‘편집권’을 두고 갈등한 가운데, ‘안나’ 감독판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를 통해 이 감독의 기획 의도를 확인한 시청자들이 호평을 보내면서, 완성도도 신뢰도 모두 잃게 된 쿠팡플레이다.


지난 12일 쿠팡플레이가 ‘안나’ 감독판을 공개했다. 앞서 ‘안나’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쿠팡플레이가 8부작으로 편집한 작품을 일방적으로 6부작으로 편집해 공개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지자 쿠팡플레이가 지난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으나, 감독이 수정을 거부했다고 반박하면서 8부작은 감독판으로 8월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쿠팡플레이는 이날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해 시청자들에게 이미 약속한 감독판 8부작을 공개하게 됐다”라며 감독판을 공개했다.


6부작 VS 감독판 8부작, 무엇이 달랐나

감독판은 기존 6부작과 달리 유미(수지 분)가 왜 남의 인생을 훔치게 됐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6부작 ‘안나’에서 유미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다 남의 인생까지 훔치게 된 인물이라면, 감독판에서 유미는 비참한 현실에 수차례 좌절하다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지훈(김준한 분)의 가난했던 과거를 설명하는 등 유미 주변 인물들의 전사까지도 포함돼 각 인물들이 왜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됐는지를 설득해낸다. 이 과정에서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메시지도 더욱 깊이 있게 담아내기도 한다.


물론 감독판 ‘안나’ 또한 현주(정은채 분)의 죽음 과정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등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지만, 적어도 이 감독의 의도만큼은 명확했다. 더욱이 기존 6부작이 빠른 전개에 초점이 맞췄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결국 자극적 전개를 위해 감독과의 협의 없이 편집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게 됐다.


이 감독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 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말한 쿠팡플레이였으나, 메시지의 깊이나 전개의 풍성함은 감독판에서 더 크게 느껴졌다. 물론 쿠팡플레이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선택을 하고 싶었을 수 있으나, 감독의 기획 의도가 반영된 웰메이드 콘텐츠를 선보여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호평은 놓치게 된 셈이다.

‘유니콘’ 등 신작 앞둔 쿠팡플레이, 신뢰 회복 관건

쿠팡플레이를 향한 시청자들의 하락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도 숙제로 남게 됐다. 쿠팡플레이의 반박에도 불구, 창작자와 합의되지 않은 결과물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상황. 감독판 공개 이후 두 작품이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 감독의 폭로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현재 쿠팡플레이는 시트콤 ‘유니콘’과 예능 ‘체인리액션’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김홍선 감독이 연출하는 범죄 스릴러 ‘범죄의 연대기’ 제작 또한 예고했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연이어 공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앞두고 있지만, 이미 한차례 믿음을 저버린 쿠팡플레이가 다시금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수 있을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