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외국인 총수 지정’ 입법 제동, 재검토 가닥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입력 2022.08.01 07:00
수정 2022.08.01 09:04

FTA 통상 마찰 등 부처 간 이견

친족 범위 축소 등도 차질

공정위 “부처 간 협의해 추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 총수 지정과 관련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려 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제동이 걸렸다.


ⓒ뉴시스

공정위는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이번 주 개정할 계획이었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배 가능성 등 통상 마찰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사실상 부처 간 조율에 실패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0년대 재벌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해 상호출자 금지·신규 순환출자 금지·계열사 간 거래 제한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또한 계열사 거래·친인척 주식 소유와 변동 현황에 대한 보고 의무까지 발생한다.


올해 공정위는 지난 4월 말 공시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에도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쿠팡이 막강한 영향력에도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결론이 나자 동일인 지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쿠팡뿐 아니라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은 대기업집단 76곳 가운데 동일인이 법인인 곳은 총 11곳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자회사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 미국계 제너럴모터스 그룹의 한국지엠 등이 포함된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 등 특정 기업과 관계없이 연구용역을 거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시행령에 세부 요건을 담아 총수 지정을 구체화하는 등의 보완을 거쳐 입법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이 한미 FTA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나는지 검토가 필요하고, 외국 자본 국내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도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을 서두르기보다는 산업부·외교부 등과 사전 협의를 마친 후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공정위는 산업부·외교부·기재부와 개정안 내용 및 향후 추진일정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견이 나온 상태에서 이번 안을 그대도 추진하기는 어려워 재검토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때문에 이번 법안에 함께 담긴 친족 범위 축소안도 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동일인 친족 범위를 현행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사실혼 배우자도 새롭게 친족 범위에 추가하는 내용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담았다.


공정위는 내년 5월 1일 대기업집단 지정에 반영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번 부처 간 이견으로 입법내용을 분리 추진하든지 입법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공정위의 입법추진이나 관련 분쟁의 증가한 온라인 플랫폼 제재를 두고서도 자율개선으로 전환되는 등을 두고 사실상의 ‘수장 공백' 상태에서 업무 추동력의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5월 현 조성욱 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후임자 물색에 나섰지만 인선이 늦춰졌으며 지난달 후보자로 지명됐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진 사퇴하면서 후임이 3개월 가까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지난주 유력 후보로 판사 출신의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시기와 맞물리면서 공정위 내부에서는 인선이 더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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