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사법 리스크'…민주당 당대표 경선 '핵심 변수'
입력 2022.07.29 13:34
수정 2022.07.29 19:11
한 달 간의 당권 경쟁, '총성' 울렸다
강훈식·박용진, 조기 단일화 힘들듯
朴 "당심·민심 반영해 빠른 단일화"
姜 "朴이 내 손 들어주면 이변·파격"
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까지 한 달 간의 당권 레이스에 본격 돌입했다. 강훈식·박용진 의원의 후보 단일화 여부와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당권 경쟁 과정에서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전날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이 모여 공명선거실천협약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컷오프를 통과한 강훈식·박용진·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코로나19 투병 관계로 불참한 윤영찬 후보를 제외한 서영교·정청래·박찬대·송갑석·고민정·고영인·장경태 최고위원 후보가 한 자리에 모였다.
3명의 당대표 후보와 8명의 최고위원 후보는 내달 △6일 대구·경북·강원을 시작으로 △7일 인천·제주 △13일 부산·울산·경남 △14일 대전·충남북 △20일 전북 △21일 광주·전남 △27일 서울·경기 순으로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를 거쳐 28일 당대표 1인과 최고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당대표 본경선은 '1강 2중' 구도인 가운데, '2중' 후보인 강훈식·박용진 의원 간의 단일화 접촉 자체는 이미 시작됐다. 강 의원과 박 의원은 전날밤 통화를 갖고 '빠른 시간 내에 만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나와 "(강훈식 의원과) 통화했다"며 "강 의원도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만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한 달이면 천하를 두세 번 뒤집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강훈식 의원은 같은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워낙 1위 후보가 큰 벽이기 때문에 그것을 넘기 위해서는 이변과 파격이 필요하다"며 "이재명·박용진 두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 때도 다 나왔던 분들이기 때문에, 감동을 만들려면 박 의원이 내 손을 들어주면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가자'고 해야 가슴이 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치공식에 따라 여론조사 등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말하는 반면, 강 의원은 박 의원이 '드랍' 하고 대승적으로 자신을 밀어줄 것을 얘기하고 있다. 전날 통화에서 단일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지만 인식의 간극이 커서 동상이몽(同牀異夢)인 셈이다.
강 의원이 지적했듯이 박 의원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도 완주한데다 평소 소신 발언을 자주 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지금 여론조사 등 통상적인 방식으로 단일화를 해서는 강 의원의 승산이 희박하다.
강 의원은 이날 "대선(경선) 후보 두 분에 전직 최고위원들도 나왔는데, 사실 나는 전국 선거를 그분들처럼 한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도 말했다. 처음으로 당대표 경선이라는 큰 판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조기 퇴장' 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려 할 가능성이 낮다. 강 의원이 이날 현실성이 떨어지는 박 의원의 '드랍' 후 본인 지지를 언급한 것은 이러한 점을 고려한 '뻗대기 전술'로 분석된다.
'김혜경 법카' 수사결과, 8월 중순 발표
姜·朴, 되레 이재명 공격하기 난처해져
"정치탄압 프레임 만들어지면 힘도 못
써보고 전당대회 끝날 가능성 있다"
단일화 방식과 절차에 대해서도 강훈식·박용진 의원은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박용진 의원은 "(단일화 절차에 대해서도 통화에서 얘기한) 그렇게까지는 아니다"며 "단일화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얘기하다 시간만 끌고 말아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단일화는 빠를수록 좋고 당심과 민심을 반영하는 어떠한 방식이든 좋다"고 말했다.
반면 강훈식 의원은 "여론조사와 같은 룰에 맞춰서 (단일화를) 하자는 것 자체가 파격이 아니다"며 "(단일화의) 시기가 중요한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동상이몽 상황을 고려해볼 때, 박 의원이 원하는대로 권역별 순회연설 첫 순서인 대구·경북·강원 이전에 '조기 단일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단일화를) 오늘, 내일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 달 동안의 레이스이고 이미 후보 등록비 8000만 원은 다 냈기 때문에, 오늘 내일 중으로 바로 하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또 하나의 변수는 '1강' 후보인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다. 앞서 경찰은 이재명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결과 발표를 내달 중순에 하겠다고 예고했다. 당권 레이스가 한창 벌어지는 도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법 리스크'라지만 제1야당 전당대회가 벌어지는 도중에 경찰이 유력 당권주자를 겨냥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역풍(逆風)이 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로 이 의원에게 '리스크'가 되기는커녕 되레 '어드벤티지'로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2중' 강훈식·박용진 의원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강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한복판에 그렇게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것은 정무적 판단을 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것으로 인해서 전당대회에 오히려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도 "제1야당의 전당대회가 벌어지고 있는데 경찰이 전당대회 중간에 발표한다면서 한 달 전에 예고하는 것은 너무나 속이 보이는 부당 정치개입"이라며 "이재명 의원에게 오히려 좋게 갈 수 있고, 일종의 정치탄압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나나 강훈식 의원은 어떻게 힘도 못 써보고 전당대회가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염려했다.
이처럼 경찰의 수사 발표가 예고돼 있는 것 때문에 오히려 강훈식·박용진 의원이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을 상대로 '사법 리스크'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칫하다가 야당 당권주자로서 정권의 수사기관과 손발을 맞추는 것처럼 비쳐지게 되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채이배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은 "박용진·강훈식 이 두 분이 이재명 후보의 어떤 사법 리스크에 관한 문제를 얘기할 것 같지 않다"며 "선거 때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포지티브로 자신의 비전을 잘 보여주는 사람이 이기기 때문에, 이 두 분은 그런 측면에서 이 후보의 약점을 들추면서 표를 얻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