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주말 저녁에만 세 번 등장?…심각해지는 예능인 ‘겹치기’
입력 2022.07.25 07:56
수정 2022.07.25 07:57
김종국 ‘도포자락 휘날리며’→ ‘미운 우리 새끼’
일요일 저녁에만 3개의 예능에서 등장
먹방이 뜨면 먹방으로, 연애가 뜨면 연애로 몰리는 예능가의 ‘쏠림 현상’에서 출연자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에서 새로운 인물이 배출되면 여기저기 초대를 받으며 단골 게스트가 되는 것은 물론, 출연자와 MC들도 다수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바쁘게 시청자들을 만나곤 한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주말 저녁에만 3개의 예능을 소화하는 연예인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도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MBC 새 예능프로그램 ‘도포자락 휘날리며’가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30분 편성되면서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김종국은 ‘일요일의 남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오후 5시 SBS ‘런닝맨’을 시작으로 ‘도포자락 휘날리며’를 거쳐, 오후 9시 SBS ‘미운 우리 새끼’까지. 일요일 저녁에만 총 3개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김종국 또한 이를 의식한 듯 “나도 일요일 하루에 너무 많이 나오는 건 조금 그렇다고 생각한다.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는 편성이 일요일이 아니었다”, “다행인 건 ‘런닝맨’에서의 모습과 다르다. 역할도 다르고, 여기서는 큰 형이다”라고 해명했지만, 일요일 저녁에만 세 번 등장하는 김종국을 향한 ‘피로도’에 대한 우려를 피할 수는 없었다.
최근 코미디언 양세형이 KBS2의 신규 프로그램인 ‘오케이? 오케이!’와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에 합류하게 되면서 그는 토, 일, 월, 화 4일 연속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양세형은 토요일 방송되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일요 예능 MBC ‘구해줘 홈즈’에 출연 중이었다.
이 외에도 MBC ‘도포 자락 휘날리며’와 KBS2 ‘홍김동전’, 두 프로그램에 연속 캐스팅되며 예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주우재는 ‘연애의 참견3’와 ‘돈 잘 버는 젊은 사장’까지 총 4개의 예능 프로그램을 소화 중이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 ‘런닝맨’을 비롯해 최근 종영한 ‘유 퀴즈 온 더 블럭’, ‘식스센스’, OTT 예능 ‘플레이유’까지. 5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끊임없이 시청자들과 소통 중이다. 신동엽, 전현무, 김구라 등도 유재석과 마찬가지로 5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소화 중인 예능가의 대표 MC다. 출연자는 물론, 프로그램의 주인인 MC들까지. 한 사람이 다수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예능가다.
물론 뛰어난 진행 능력, 다양한 게스트들을 아우르는 센스, 적재적소에 불어넣는 에너지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 하는 예능인 특성상 과감한 캐스팅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미 검증된 실력과 어느 정도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장하는 스타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연기를 통해 몰입을 유도하는 드라마와는 달리, 예능프로그램은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좌우되는 만큼 예능인들의 겹치기 출연에 유독 관대한 시선을 보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소재, 포맷, 출연자까지 비슷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차가운 평가를 받는 예능프로그램들 속 차별화된 캐스팅만으로 신선함을 주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최근 각광받는 흐름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선택이 과연 ‘안전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한다.
최근 나영석 PD가 tvN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는 이영지, 이은지, 안유진, 미미 등 색다른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재밌다’는 평과 함께 ‘새롭다’, ‘신선하다’라는 평가를 함께 받고 있다. 물론 ‘뿅뿅 지구오락실’ 이전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등 예능 단골 출연자들과 함께 ‘신서유기’ 시리즈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나 PD지만, 이번에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의미를 남긴 것이다.
이 외에도 유튜브 웹 예능에서는 ‘미노이의 요리조리’를 통해 토크 콘텐츠의 새 장을 연 래퍼 미노이부터 거칠지만 유쾌한 입담으로 유튜브 스타가 된 후 TV 프로그램에도 진출 중인 풍자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스타들이 발굴되며 화제성을 주도 중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관성적 행보가 아닌, 과감한 선택을 하는 것도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