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상담도, 요리도 출장으로…오은영·백종원의 ‘확장’하는 ‘위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7.18 08:42
수정 2022.07.18 08:42

‘오케이? 오케이!’ 자극적 사연 아닌,

보편적 이야기로 편안한 힐링 선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이 대중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상담과 요리로 위로를 전하고 있다. 자극적 사연이 난무하는 흐름 속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유발하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담아내며 그들의 위로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예능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명은 오은영 박사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 같은 내 새끼’에서 아이와 부모들에게 위로를 선사하던 오은영 박사는 최근 아이돌, 배우, 청년 등 다양한 이들에게 적절한 상담을 해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부작용도 없지는 않았다. 예능 출연이 잦아지면서 생기는 이미지 소비는 물론, 지나치게 자극적인 사연들로 화제 몰이를 하려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면서 오은영 박사가 건네던 위로의 의미도 점차 퇴색되기 시작했던 것. 앞서 종영한 ‘미친사랑X’나 현재 방송 중인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등 출연자들의 사연에 방점을 찍어 충격을 강조하는 전개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날카로운 분석이나 정확한 팁, 따뜻한 위로와 같은 오은영 박사의 장점이 묻히는 사례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KBS2 예능프로그램 ‘오케이? 오케이!’가 오은영 박사의 출연작 목록에 새롭게 추가되면서 지나치게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졌지만, 오은영 박사는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 “방송은 언제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KBS만큼은 방송의 순기능을 훨씬 더 많이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면서 “‘오케이? 오케이!’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숨어있는 영웅을 만나러 간다.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이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라고 프로그램의 선한 의도를 강조했다.


오은영 박사의 말처럼 ‘오케이? 오케이!’는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출연자를 상담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삶의 현장을 직접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담아낸다. 첫 방송에서 오은영 박사는 광장시장을 찾아 그곳 상인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조언을 건넸다. 유방암에 걸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저희 먹여 살리느라 시기를 놓쳐서.. 어려서 병원 가라는 말만 할 뿐 직접 모시고 가지 못했다”라며 죄책감을 느끼는 젊은 상인의 사연에 함께 눈물을 흘리던 오은영 박사는 “여기 처음부터 왔을 때 광장시장이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했다. 이 어머니가 평생을 여기서 장사를 하시면서 어떻게 사셨을까 생각하니까 그 마음이 전달이 되면서 갑자기 눈물이 확 났다”라며 “시장은 엄마 인생 그 자체, 엄마 인생에 자긍심을 느껴라”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그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고민들을 털어놓는 상인들의 이야기에선 그 자체로 충분한 공감이 만들어졌고, 여기에 오은영 박사의 진심 어린 조언이 어우러져 더 큰 감동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더 세고, 자극적인 사연과 발언들이 우선되던 일부 프로그램에선 느낄 수 없었던 여운이 ‘오케이? 오케이!’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잦은 예능 출연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은 백종원 또한 최근 다시금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비상식적인 출연자와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집중하며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유발하던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을 거치며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던 백종원이 최근 tvN 예능 ‘백패커’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배낭 하나 짊어지고 ‘오늘의 장소’를 향해 훌쩍 떠나는 출장 요리사들의 여정기를 담은 이 프로그램은 제주도 해녀, 또는 군인 등 다양한 이들을 찾아가 요리를 해주며 그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바다를 누비는 해녀들부터 체력 단련을 마치고 식사를 즐겁게 맛보게 되는 장병들까지.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출연자, 그리고 이들을 위해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백종원과 출연자들의 진심이 이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단순한 음식이 아닌, 이 음식이 건네는 위로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면서 백종원이 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요리 전문가로 활약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가 소통하며 담아낸 스토리에서는 자극적인 사연으론 뽑아낼 수 없는 공감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연에 공감하는 전문가들의 활약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한 감정들이 만들어지곤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위로가 필요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것도 방송의 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피로도라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거나 또는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게 하게 될 때 유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만 있다면, 이들의 위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힐링은 언제나 필요한 소재”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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