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유희열도 못 피한 가요계 표절 의혹과 대처 방식의 진화
입력 2022.06.23 09:04
수정 2022.06.23 09:04
유희열, 유사성 인정 사과...원곡자 '표절 아니다' 결론
"표절은 결국 창작자 양심 문제..자기검열 필요"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음악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가 작곡한 노래들이 줄줄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다.
처음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아쿠아’에 대한 표절 의혹이 불거졌고 이후 피아노 연주곡 ‘내가 켜지는 시간’, 가수 성시경이 부른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유재석·김조한이 함께 부른 ‘플리즈 돈트 고 마이 걸’(MBC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 등에 대한 의혹도 꾸준히 나온다.
최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유희열은 유사성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원곡자 사카모토 류이치는 ‘표절의 범주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두 사람의 입장이 각각 발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유희열이 원곡자의 입장문 뒤에 숨어 논란을 피해가려고 한다’ ‘표절이 아닌 유사성이라는 말로 문제를 가볍게 만든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하지만 적어도 유희열의 빠른 인정과 사과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간 가요계에서 수많은 표절 의혹이 일었을 때의 상황과는 분명 다른 대응이다. 가요계에서 표절은 진위를 밝히기 까다로운 사안이기 때문에 대부분 일단 덮어두기 식으로 논란에서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법원이 두 저작물의 멜로디·화성·리듬 등의 ‘실질적 유사성’과 문제가 된 곡이 기존 저작물에 의거해 만들어졌는지 ‘접근 가능성’ 등을 침해 판단 기준으로 삼아 시비를 가리는데, 이조차도 쉽지 않다.
지난 2013년 법원은 박진영이 작곡한 ‘섬데이’가 김신일이 작곡한 ‘내 남자에게’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항소심에서 5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5년 “음악 저작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도의 화성을 사용했다”며 표절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그만큼 표절 여부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더구나 표절 여부를 가리려면 원저작자가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소송비용에 비해 배상액이 터무니없이 낮다. 때문에 많은 작곡가들이 ‘표절이 아니’라며 논란을 덮어두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표절 원곡의 저작권자에게 저작권을 전부 또는 일부를 넘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프라이머리의 ‘아이갓씨’(I GOT C)는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곡 ‘리퀴드 런치’(Liquid Lunch)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원작자도 “(우리 곡과) 지나치게 유사하기 때문에 표절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프라이머리 측은 표절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면서도 결국 원저작자들과 합의해 이들을 ‘아이갓씨’ 저작권자로 추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소송보다 일정 지분을 나눠서 표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대처법이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 창작 의욕을 좀 먹는 표절 근절은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중음악 작곡가는 “음악 표절에 명백한 기준이란 건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들었을 때 유사할 정도면 표절로 보는 식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베끼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작곡가들이 예전에 들었던 음악에서 영향을 받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면서 “흔히 말하는 ‘머니 코드’를 비롯해 정형화된 대중음악에서 특히 표절 시비가 많이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모니터링과 자기검열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