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前국방장관 "트럼프, '주한미군 완전 철수' 주장"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5.11 04:30
수정 2022.05.10 22:14

"트럼프, 아프리카 주둔

미군·외교인력 철수 등도 언급

어느 것도 국익에 부합되지 않아"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각) 미국 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것 중 일부는 기이했다"며 대표적 사례로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 △아프리카에서의 모든 미군 및 외교인력 철수 등을 언급했다.


동맹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용 중심적 사고'는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국방장관을 역임한 인사가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다.


보도에 따르면, 에스퍼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이한 제안' 가운데 "어느 것도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나는 사실과 데이터, 논거로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간 짜증 내는 것을 봤다"며 "나는 그에게 반발하는 새로운 사람이었던 셈이다. 나의 일이 예상보다 더욱 도전적일 것이란 점을 곧바로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예스퍼(Yes-per)'로 일컬어질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평가됐다. 하지만 주요 현안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견을 노출하며 사이가 멀어졌다.


특히 지난 2020년 6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 전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 방안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것이 관계 악화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미국 매체인 악시오스가 앞서 보도한 에스퍼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시위로 백악관 인근 거리가 인파로 가득했을 당시 "다리나 그런 곳에만 쏠 수 없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 진압을 위해 미 연방군 투입을 원했지만, 에스퍼 전 장관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인종차별 논란을 촉발한 '남부 연합기'의 미군 시설 내 게양을 금지하고 부대 명칭 변경을 주도하기도 했다. 남부연합 역사를 옹호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셈이다.


틀어진 관계를 증명하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실패 직후인 지난 2020년 11월 9월 에스퍼 당시 장관을 경질했다.


서욱 국방장관 면전서
사드 철수 '압박'한 비화도 공개


에스퍼 전 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대 관련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20년 10월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 측과 회동했을 당시, 사드 부대 생활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에 사드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에스퍼 전 장관이 한국 측 인사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해당 시기에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열렸던 만큼,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고록에 따르면, 에스퍼 전 장관은 3년 전 사드 부대를 방문했을 당시 서 장관이 '노력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했다며 "이듬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으나 똑같이 답변했다. 이건 동맹이 동맹을 대우하는 방식이 아니다. 군이 장병을 돌보는 방식도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배석했던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사드 철수 영향을 평가하고 해당 임무를 한반도 밖에서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길 바란다"며 관련 연구 결과를 90일 내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밀리 합참의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한국 당국자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는 게 에스퍼 전 장관의 주장이다.


다만 에스퍼 전 장관이 자신의 사드 철수 발언을 '퍼포먼스'라고 언급해 관련 가능성을 실제로 검토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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