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집값부터 잡자…서울시, 재건축 밀집지역 토지거래허가제 연장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2.04.23 06:05
수정 2022.04.22 16:19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허가구역 재지정

기존보다 강화된 기준 적용…규제 완화보다 '집값 안정'에 무게

서울시가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보다 집값 안정에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부 재건축단지 중심 집값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앞서 20일 열린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간 재지정했다.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24개 단지를 비롯해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16개 단지,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사업지구 14개 단지,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등 총 4.57㎢다.


당초 이들 지역은 오는 26일 허가구역 지정 만료 예정이었으나 재건축·재개발 추진 구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조짐을 보이자 시에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관할구청장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할 경우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받게 된다. 주거용의 경우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거래가 가능해 '갭투자' 등 투자수요 유입을 일부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허가구역 지정은 올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허가대상이 되는 면적과 관련한 법률 개정에 따라 종전 대비 규제가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주거지역은 대지면적 18㎡ 초과에서 6㎡ 초과로, 상업지역은 20㎡ 초과에서 15㎡ 초과로 규제 범위가 확대됐다.


시장에선 규제 완화에 앞서 시장이 우선 안정돼야 한단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기조를 재확인한 거란 반응이 나온다.


오 시장은 앞서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은 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이 더 중요하다"며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정교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심리로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가 밀집한 지역은 집값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 연속 보합을 유지했다.


중저가 지역은 대체로 매수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으나, 일부 고가지역의 중대형이나 재건축단지 위주로 아파트값이 올랐다. 강남권에선 송파와 강동구는 보합을 나타냈으나,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03% 상승했다. 양천구는 0.02% 올랐고 영등포구는 보합을 나타냈다.


앞서 15일 강남구 압구정동 일원 신현대12차 전용 155㎡는 59억원에 실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4월 55억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4억원이나 웃돈이 붙었다.


여의도 한양 전용 149㎡는 지난 3월29일 25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거래 대비 3억8000만원 상승했다. 성수동 한신한강 전용 85㎡는 직전 대비 3억4000만원 오른 23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연장을 통해 일부 투기수요를 억누르는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다. 다만 허가구역 지정에도 여전히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단 점에서 실질적인 공급확대 방안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 출범과 지방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서울 부동산시장에 변화요인을 줄 필요는 없다"며 "실질적인 정비사업 추진계획이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심리를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로선 토지거래허가제 1년 연장으로 얻는 이득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1년이라는 추가 기간에 정비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방법이나 일정, 어디부터 어떻게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지 향후 공급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