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 '엔씨소프트서비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입력 2022.04.20 06:00
수정 2022.04.20 10:08

엔씨소프트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NCSS' 현장

장애인 배려 시설로 탈바꿈…네일숍·카페 등 복지시설도

장애인-비장애인 차별 없이 동등…고용 창출 기여

엔씨소프트서비스 사무실 전경.ⓒ데일리안 최은수 기자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15일 부산시 동구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자회사 장애인표준사업장 '엔씨소프트서비스'(이하 NCSS)를 찾았다. 부산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이 곳은 건물 입구에서부터 '수직형 휠체어 전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어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엿보였다.


NCSS는 출시 되는 모든 엔씨소프트 게임에 대한 고객 상담을 진행하는 서비스 전문 회사다. NCSS는 2014년 부산으로 소재지를 이전한 뒤 지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전환을 결정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는 직업활동이 곤란한 중증장애인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장애인 고용의무를 자연스럽게 충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모회사인 엔씨소프트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NCSS는 2018년 말 사업장 전환 준비를 시작해 1년도 안돼 시설 탈바꿈에 성공했다. 이에 2019년 7월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획득한 뒤 현재 장애인 일자리 창출 기여에 앞장서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별도로 운영하는 곳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유일하다.


문턱 허물고, 모든 문은 미닫이…사내 복지시설로 고용-복지 '윈윈'

NCSS는 곳곳에 장애인을 위한 배려 시설이 깃들어져 있었다. 모든 입구에는 휠체어가 잘 다닐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로와 핸드레일, 낮은 높낮이의 출입 카드 인식기, 미닫이 형태의 문 등이 설치돼 있다. 또 점자 현판, 시각적 알림 기능이 추가된 화재경보기 등으로 장애인 직원들의 불편함을 줄일 뿐만 아니라 안전도 신경썼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눈길을 끈 것은 널찍한 복도 통로와 책상이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규정은 복도 통로 폭을 1.5미터(m) 이상을 갖춰야 하지만 NCSS는 이를 뛰어넘는 2m 이상을 확보했다. 휠체어 두 대는 거뜬히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다.


책상도 일반 사무실 책상보다 큰 사이즈(1.2배)로 쾌적한 환경을 갖췄다. 전화 상담, 이메일 상담 등을 담당하는 이 사무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자리 구분 없이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무실 내 위치한 장애인 화장실 역시 NCSS가 별도로 시공한 공간이다. 이밖에도 건물 입구 휠체어 전용 승강기를 비롯해 건물 내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주차 공간 등을 갖췄다. 이는 모두 사업장 전환 이전에는 부재했던 시설로, NCSS가 건물과 협의를 통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또 눈길은 끈 것은 사내 직원 전용 카페와 네일 숍이다. 회사는 직원 복지시설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내 네일 숍을 오픈했고 지난해 9월에는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사내 카페를 추가로 개설했다.


여느 네일 숍과 동일한 모습을 갖춘 이 곳은 청각장애인 직원 이의진씨가 네일 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네일을 받는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돼 직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네일 숍 바로 옆에 위치한 사내 카페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또 여성·남성 직원 전용 휴게실도 마련돼 있다.


NCSS에서 네일 관리사와 카페 바리스타를 겸직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이의진씨는 당찬 에너지가 풍겨나왔다. 이의진씨는 “처음에는 네일 관리 실력이 부족했는데 회사에서 강사를 초대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실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전담 수화 통역사까지 배치해줬다”며 “가정주부로 있다가 회사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비장애인 벽 허물어…차별없는 업무 환경에 업무 만족도·성과↑

NCSS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편의 시설 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직원들이 근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전격 지원해 이곳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간의 차별이 없다. 업무 평가도 동등하게 진행하고 있다.


실제 회의실 곳곳에서는 장애인 직원이 강연자로 나서 사내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인 직원들은 상담 업무 뿐만 아니라 회계 직무, 게임 CS QA 등 골고루 직무에 배치됐다. 회사는 상담직의 경우 초기에 난이도가 낮은 업무부터 시작해 적응을 돕고, 대면보다는 비대면 위주의 전화, 이메일 상담으로 배치해 배려하고 있다.


이런 배려와 노력은 채용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NCSS는 2019년 최초로 장애인 직원 25명을 채용한 뒤 현재 장애인 직원은 34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중증 장애인은 16명에 달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규칙에 따라 장애인 근로자 수가 10명 이상, 상시 고용 근로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그중 50% 이상을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NCSS는 이 시행규칙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이에 지난 2020년에는 '올해의 편한 일터' 부문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장애인 친화적으로 사업장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NCSS 입사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된 계기"…장애인 고용 창출 '앞장'

이곳에서 만난 장애인 직원들은 높은 업무 만족도 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 향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들은 회사의 배려를 통해 빠른 적응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복지시설, 교육 기회 등 차별 없는 업무 환경은 직원들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PC고객서비스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지훈씨는 NCSS 입사를 통해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고 한다. 그는 "입사 이전에 일반 직장을 다니다가 지체 장애 증상이 악화돼 수술을 하게 되면서 공백기를 가졌고,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NCSS에 입사한 뒤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모바일고객서비스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석정준씨는 “취업 전에 병원에 3년을 입원해있었다. 지체장애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취업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많구나 느꼈다. 상담 업무 역량을 늘려 더 많은 자격증을 확보해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사내 네일 관리사와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직원 이의진씨는 가정주부로 일하다가 NCSS에 입사한 뒤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조만간 지방 장애인 기능 대회의 바리스타 부문에 출전하고 내년에는 네일 자격증 취득에 도전할 계획이다.


노지훈씨는 “몸이 불편하다보니 입사에 어려움이 많아 취업 실패를 겪었다”며 “회사가 주기적으로 공고도 많이 내고 있으니, 취업을 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충분히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NCSS는 장애인 고용을 지속 늘려나가는 동시에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도 확장할 예정이다. 최근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5층에 복지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게임룸, 스터디룸, 심리상담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


권상훈 실장은 “올해 도입한 장애인 인턴제도를 통해 연말에는 장애인 직원 수가 4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장애인 고용률이 45%로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의무 고용률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이 정도로 인원 규모를 늘리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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