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돈 쓰는 버릇 여든까지 갈라 [장정욱의 바로보기]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4.08 07:00
수정 2022.04.08 07:05

현 정부 10차례 추경으로 151조원 써

재원 대부분 국채…나랏빚 63% 늘어

빚내어 돈 쓰는 행위 습관 되면 ‘망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돈을 모으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많이 버는 게 첫 번째다. 월급쟁이라면 임금협상이나 이직 등을 통해 연봉을 높이는 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일 것이다. 장사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물건 또는 서비스를 판매해 매출을 높이고, 효율적인 관리로 지출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다음으로 돈을 ‘잘 굴리는’ 것도 중요하다. 월급쟁이의 연봉과 장사치의 매출이 돈을 버는 기본적인 방법이라면 돈을 굴리는 행위, 즉 투자는 ‘덤’이 된다. 은행에 저축해서 이자를 받는 방법도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돈을 버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잘 쓰는 것이다. 월급 또는 수익을 꼭 필요한 곳에 적절히 아껴 써서 돈을 남기면 된다. 사람들 대부분이 많이 벌기 위해 노력하고, 벌어들인 돈을 잘 불리기 위해 고민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 애쓴다.


나랏돈도 비슷하다. 수 백조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수 백만원짜리 월급을 벌고 쓰는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이나 국가나 돈을 버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개인은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이 가끔 ‘대박’을 쳐서 돈벼락을 경험하는 수도 있으나, 나랏돈은 그런 요행을 기대해선 안 된다. 아주 촘촘하게 짠 계획하에 지출의 선후를 정해 매우 보수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게 돈을 어떻게 쓰느냐다.


문재인 정부를 돌아보면 지난 5년 동안 씀씀이가 무척 커졌다. 2017년 400조원이던 1년 예산이 2022년 607조원으로 50% 늘었다. 천재지변과 같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편성하도록 한 추가경정예산만 무려 10차례 집행하면서 지출을 키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6년 동안 200조원이나 증가했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이렇게 쓴 돈이 수익을 늘려서 만든 게 아니라 빚을 늘려서 만들어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1075조원까지 늘었다. 6년 동안 나랏빚이 414조원(63%)이나 증가한 것이다. 정부가 10차례 추경으로 쓴 돈만 151조원이다. 6년 전 국가 전체 예산의 23%에 달하는 금액이 추가지출로 쓰인 셈이다.


이미 쓴 돈을 가지고 꼬투리 잡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지금 우려되는 건 차기 정부의 씀씀이다. 지난 5년 동안 돈을 썼던 게 혹시 버릇처럼 굳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돈을 써 본 사람은 씀씀이를 줄인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우린 잘 알고 있다.


당장 차기 정부는 50조원 규모 2차 추경안을 준비 중이다. 이 역시 코로나19로 불가피한 예산이지만 어쨌거나 예상하지 않았던 돈을 쓰는 상황이다. 계획하지 않았던 지출이니 당연히 재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본예산을 쥐어짠다 해도 50조원의 절반도 기대하기 힘들다. 월급쟁이의 ‘보너스’와 같은 초과 세수도 기껏해야 몇조원이다. 남은 건 또 빚을 내는 방법뿐이다.


출범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돈 씀씀이를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의 나라 살림 장부를 들여다보니 세 살 돈 쓰는 버릇 여든까지 갈까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부디 기우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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