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전성시대에도 힘 못쓰는 ‘공공배달앱’
입력 2022.03.21 07:12
수정 2022.03.21 10:02
고객 편의성 낮아 이용률 저조에 줄줄이 사업 포기
경기·군산 등에선 성과 있지만 민간앱에 비하면 부진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공공배달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에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배달특급(경기), 배달의명수(전북 군산), 일단시켜(강원) 등 일부 앱을 제외하고는 서비스 운영을 중단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민간 경쟁자들에 비해 자본력, 기술, 편의성 등의 경쟁력에서 밀리며 관 주도 사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라북도 익산시는 지역화페 결제연계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공공배달앱 구축을 포기했다.
서울시, 대전시, 충남 천안시 등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공공배달앱을 운영해온 허니비즈의 ‘띵동’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천안에서는 지난해 10월 종료됐고 연말엔 서울 지역 서비스를 접었다. 대전, 경기 시흥, 경남 진주·통영 등 나머지 지역의 경우에는 앱에 주변 식당이 나오지만 카트 담기 등 주문을 하려면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작년 3월 전라남도 여수시가 선보인 공공배달앱 ‘씽씽여수’도 운영사가 열 달만에 사업을 포기해 운영을 중단하고 리뉴얼을 한 뒤 최근 ‘씽씽여수 먹깨비’로 새롭게 오픈했다.
물론 공공배달앱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도 있다.
지난 2020년 12월1일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특급은 이달 6일 누적 거래액 1300억원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성남시를 제외한 경기도 내 30개 시군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회원 71만명, 가맹점 4만9000여개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배달의명수는 출시 2년 만에 17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했다. 올 2월 말 기준 가맹점 1460여곳, 가입자 13만5000여명에 달한다. 군산 시민이 26만70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고객인 셈이다.
코리아센터와 강원도가 협업해 만든 일단시켜도 론칭 1년 만에 강원도 내 전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작년 1년간 일단시켜 주문은 16만건, 매출액은 33억2900만원에 달한다. 회원 수와 가맹점은 각각 6만5000여명, 4700여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도 민간 앱과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한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외식업 매출 중 배달앱 매출은 15조5657억원으로 전체의 15.3%를 차지했다.
배달앱 매출 비중은 2019년 3.7%에서 2020년 8.0%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2년 새 배달앱 매출 비중이 4.1배가 된 셈이다.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민간 배달앱 매출액도 2019년 4조원에서 2020년 7조6000억원, 작년 15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렇다보니 전체 배달앱 시장에서 공공배달앱은 1~2% 내외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낮은 중개수수료(0~2%)를 내세우며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입점 업체와 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간 플랫폼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마케팅이나 앱 편의성 제고 등에 빠르게 대응해 나갈 수 있지만 공공배달앱은 지자체별로 진행되다보니 예산 집행이나 서비스 고도화 작업이 느리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화폐와 연계해 할인·페이백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지만 민간 배달앱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 등의 혜택을 감안해보면 고객이 공공배달앱으로 갈아타야 할 이유는 크게 없는 것이다.
공공배달앱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통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화폐,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성 만을 내세우기에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렵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 주도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배달앱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