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 경제정책-⑤] 경제, 친환경 넘어 ‘필(必)환경’ 시대로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3.16 14:16
수정 2022.03.16 14:17

선진국, 기후위기 대응 환경 정책 강화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 전 세계 7위 수준

NDC 목표 달성 과제 수행할 윤석열 정부

‘기후 악당국’ 오명 벗고 환경 선진국 도약

전 세계 경제에서 환경 문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우리나라도 과거와 달리 모든 정책의 중심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환경 친화 흐름은 점점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환경에 덜 해로운 정도가 아닌, 유익하거나 최소한 전혀 해롭지 않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 기준 ‘택소노미(Taxonomy)’를 제정했다. EU 녹색분류체계라고 불리는 택소노미는 특정 산업이 환경친화적인지 구분하는 지표다. EU 집행위원회는 “택소노미 목표는 민간투자를 탄소 중립 달성에 필요한 활동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U가 택소노미를 마련한 직접적 이유는 기후위기 때문이다. EU는 택소노미를 통해 기업들이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보호,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 등 6개의 환경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바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나아가 재무제표상 기후변화 완화 노력, 녹색 자산 비율(GAR) 등 성과지표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시에 포함하도록 했다.


EU 택소노미는 사실상 전 세계에 적용되는 새로운 표준이다. EU 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적용한다지만 우리 기업과도 무관할 수 없다. EU와 직접 거래 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이 실타래처럼 엉킨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주요 선진국 모두가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영향으로 우리 정부도 지난해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만들었다. 환경부는 녹색부문 64개, 전환부문 5개 경제활동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다. 지난해 ‘P4G’ 정상회의도 개최했다.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를 의미하는 P4G는 파리 기후협정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12개국의 국제사회 단체를 일컫는다. P4G 회의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유치한 기후환경 분야 다자회의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마련이나 P4G 정상회의 개최 등은 우리나라에 붙은 ‘기후 악당국’이란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7위다. 총발전량 대비 석탄발전 비중도 40% 정도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4.9%에 그친다. 같은 기간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9.4%에서 40%까지 늘렸고 일본 또한 우리의 3~4배 수준이란 사실과 비교된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 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은 우리나라를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대표 석유·석탄 수출국과 함께 기후 악당국이라 표현한 바 있다.


기후 악당이 돼버린 우리나라는 필환경 시대로 가기 위해 내디딘 상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서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일 계획(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이다.


문재인 정부가 2030년 NDC 목표를 제시했고, 실제 달성을 위한 정책은 윤석열 정부 몫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제시했다. 그는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적극 추진하며,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기술 투자 및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국제협력체계를 강화할 것이다”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에 지속 투자해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며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을 수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도 밝혔다. 윤 당선인은 태양광 재생에너지를 적극 육성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태양광 발전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석탄발전 조기 퇴출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퇴출 시기는 “현재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과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 및 간헐성을 보완할 원자력 등 저탄소 에너지원 활용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 공약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 윤 당선인 환경 공약에 대한 평가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윤석열 당선인 측이 탄소중립을 외치고는 있지만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며 “탄소중립이 당위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 감축으로 이어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35년 내연기관차 출시 중단 등을 통해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도 이종태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은 “우리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 양은 꽤 줄인 상태다. 양도 줄여야 하지만 미세먼지의 질을 덜 나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제일 먼저 감축 로드맵부터 만들어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전력 부문을 빨리 탈탄소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력요금을 정상화해 온실가스 감축이 모든 국민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