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前비서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있다…작업해 놓은 게 많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진행됐던 지난 2020년 당시 이 후보 측 인사가 은수미 성남시장의 당시 비서관과 통화하면서 ‘대법원 재판 로비’를 암시하는 말이 담겨진 녹취록을 JTBC가 공개했다.

8일 JTBC에 따르면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첫 수행비서였던 백모씨는 2020년 2월 13일 은수미 성남시장의 이모 비서관과 통화하면서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싹 있어. 우리가 대법원 하잖아. 그동안 작업해 놓은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2020년 당시 이 후보와 은 시장은 각각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JTBC는 백씨가 필요하면 도와주겠다는 취지라고 보도했다.

백씨는 이 전 비서관에게 “빨리빨리 작업, 대법원. 저기 주심, 대법원장. 아니 아니 대법관 발표 나면 작업 들어갈 생각해야 해. 그럴 때 얘기해. 싹 서포트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한 달 뒤인 3월 13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대화에서 "은 시장은 당선 무효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말한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다.

김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9차례 대법원을 방문했는데, 이 중 8차례는 방문 장소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에 들어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부탁해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후보 사건 대법원 선고일 3주 전인 2020년 6월 24일 이재명 성남시장 선거캠프 출신이자 인수위원이던 임모 씨는 은 시장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대법원 선고 결과를 사전에 파악했다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당시 임씨는 “(이재명) 지사님 (사건)은 (대법원 내부) 잠정 표결을 한 모양이야. 잘됐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네. 7월 16일 결과가 나온 모양이야. 만장일치는 아닌 것 같고. 8대5나 예를 들어”라고 말했다.

실제 2020년 7월 16일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 후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는데, 표결 결과는 ‘무죄 7명, 유죄 5명, 회피 1명’로 나타났다. 무죄 취지를 주장한 권순일 대법관은 같은해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이 후보 변호인은 JTBC와 통화에서 “백씨가 (대법관에) 작업했다는 건 허언일 가능성이 높고 무죄는 예상됐다”고 말했다.

김만배 씨 변호인은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만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해명했고, 대법원 작업을 언급한 백씨는 “2016년 뒤로 이 후보 관련 일에서 완전히 멀어졌다”고 부인했다. 권 전 대법관은 JTBC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