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과 반칙이 난무…올림픽 정신 어디로? [김윤일의 역주행]
입력 2022.02.19 07:00
수정 2022.02.18 17:12
쇼트트랙 등 개최국 중국을 향한 노골적인 편파판정
러시아는 또 한 번 도핑스캔들 연루되며 십자포화
올림픽 정신이 실종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 유행 중인 코로나19 위험 속에 치러졌다. 다행히 선수단 내 대규모 확진의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으나 대회 운영 면에서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장면은 반칙과 불공정이었다.
개최국 중국은 주력 종목 가운데 하나인 쇼트트랙에서 심판의 과도한 편 들어주기에 힘입어 대회 초반 금메달 2개를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당시 심판들은 중국 선수들을 억지로 상위 라운드에 올려 보내기 위해 메달권 선수들을 탈락시키는가 하면, 중국의 반칙 및 실격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주는 모습이었다.
노골적인 편파판정은 비단 쇼트트랙뿐만이 아니다. 스키점프에서도 메달 유력 후보들 중 무려 5명이 무더기로 실격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바람의 저항을 받는 유니폼 사이즈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두고 노르웨이 언론은 “서커스와 같다”라고 비판했다.
편파판정이 신호탄이었다면 도핑 논란은 이번 대회를 최악으로 만든 결정타가 됐다.
출전할 때마다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던 러시아의 ‘천재 점퍼’ 카밀라 발리예바는 피겨 단체전이 끝난 뒤 도핑에 적발됐다.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점프의 회전 수, 10대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른 체형의 근육질 몸매는 불법금지약물에 대한 의구심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고 결국 사실로 확인되고 말았다.
이미 러시아는 도핑스캔들로 국가명을 달지 못하는 상황. 그런 가운데 또 다시 불거진 논란이라 전 세계 언론들은 십자포화를 가하고 있다.
결국 편파판정과 약물스캔들 모두 지나친 경쟁과 성적지상주의가 만들어낸 병폐라는 지적이다. 이미 많은 국가들은 엘리트 스포츠 지향주의를 타파하고 성적과 관계없이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며 최선을 다하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 자체에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당사자들은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