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M&A 심사…조건부 승인 가능성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허용 여부가 조만간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최고 의결 기구인 전원회의를 열어 M&A 허가 여부를 논의한다.

심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공정위 심사보고서 내용 등을 미뤄보면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그동안 대한항공이 슬롯(이·착륙허가권)과 유럽·중국 등 특정 지역 노선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12월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기자단 브리핑에서 대한항공이 슬롯과 일부 노선의 운수권을 반납하고, 운임 인상 제한, 항공 편수 및 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M&A를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가 해당 M&A에 대해 조건 없이 승인한 점도 공정위 전원회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CCCS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자국의 경쟁법상 금지되는 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CCCS는 여객 부문에서 경쟁 항공사의 경쟁압력 등에 의해 가격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화물 부문에서도 경유 노선을 통한 화물항공사와 잠재적 경쟁자로부터의 경쟁 압력이 상당하고 초과 공급 상황 등에 의해 경쟁 제한 우려가 낮다고 분석해 양사 M&A를 조건없이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결정 등 주변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다만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하더라도 대한항공이 해당 ‘조건’을 수용하느냐의 문제는 남는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운수권이나 슬롯을 반납할 경우 M&A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아시아나라는 대형 항공사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목적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할 경우 대한항공이 M&A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더불어 싱가포르와 우리나라 공정위가 승인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다른 경쟁 당국의 결정이 남는다. 해외 경쟁 당국에서 불허할 경우 두 회사의 결합은 무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