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65)] 작곡가 도나의 새로운 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2.06 11:40
수정 2022.02.06 09:31

22일 미니앨범 발표

윤지성 다음 앨범 작업 중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작곡가 도나(본명 이정민)는 2015년 SBS 드라마 ‘용팔이’ OST로 데뷔해 달샤벳, 수란, 손동운, 예성, 그리고 윤지성까지 다양한 아티스트의 곡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드라마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OST ‘후 리얼리 노우스’(Who Really Knows)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한 도나. 혼자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의 자리가 오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


작곡가로서 비교적 안정적인 노선을 탄 도나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노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2020년 '프라이버시'로 시작해 '사랑이 끝나는 건 찰나의 순간', '헤어질 수 있을까', '하얗고 작고 소중해', '윌 유 미스 미'(will you miss me?)까지 총 다섯 곡을 공개했고, 그리고 이건 도나가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사실 제가 부르려고 만든 노래가 아니라 다른 솔로 여가수를 주겠단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가이드를 하면서 너무 좋고 보내기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제 첫 곡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같이 작업한 팀원들을 설득했죠. 그렇게 동의를 받아서 발표했어요."


작곡가와 가수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가지게 된 후 더 곡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이 들었다. 첫 곡 '프라이버시'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힙합 신과 외국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실 첫 곡은 큰 기대하지 않고 발표했어요. 그 곡의 피처링을 큐엠이란 친구가 해줬는데 큐엠이 힙합 신에서는 꽤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그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또 해외 팬들한테도 노래 좋다고 메시지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이다음부터는 어떤 노래를 발표해야 하나, '계속 지금처럼 이런 느낌의 노래를 내야 할까'. '어쿠스틱한 노래를 내면 안될까' 등 안 해도 될 걱정도 같이 시작됐어요.(웃음)"


올해도 22일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과 두 개의 신곡으로 구성된 첫 미니앨범을 공개하는 것. 이번 새 앨범에는 카세트테이프 형태의 굿즈도 함께 선보인다. 특징은 타이틀곡 가사가 영어로 이뤄졌으며 또 다른 신곡 가사도 90% 이상이 영어로 쓰였다는 점이다.


"다른 아티스트들 노래를 만들 땐 가사 욕심을 많이 내왔어요. 제 노래에도 더 많은 말들이 하고 싶을 줄 알았는데, 듣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일부러 영어를 한 이유는 해외 리스너들을 위해서입니다. 이전 곡으로 인해서 외국인들에게 메시지를 많이 받고 있는데, 그중 '영어가 많아서 들을 때 편안하고 좋았다'란 피드백이 인상이 깊었어요. 이전 곡에도 외국 리스너를 위해 영어를 일부러 많이 넣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계획을 하고 작업에 들어갔죠."


자신의 곡과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을 만들 때의 차이점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자신의 곡에는 조금 더 실험적인 걸 하는 편이고 의뢰를 받은 곡은 대중적이면서도 신선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다른 가수들 노래를 만들 땐 그 가수의 이미지, 회사가 원하는 방향, 팬들의 연령층 등 다양하게 분석해요. 요즘에는 남성스러운, 여성스러운 단어들을 지양하는 편이라 성별을 아예 없애버리기도 하고요. 디테일하면서 신중하게 작업을 하는 편인데 제거는 일부러라도 가사를 많이 다듬지 않기도 해요. 다른 가수들 가사는 예쁘고 신선한 표현들을 찾으려 한다면, 제 노래에는 최대한 필터링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해야 할까요. 조금 더 직설적으로 정곡을 찔러보려 해요."


이처럼 확장된 세계는 도나가 음악을 더욱 열심히 만들게 되는 명분을 되어준다.


"창작 활동을 하다 보면 노력만큼 보상이 오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요. 거절당하는 것이 일이라 버티기가 힘들기도 하고요. 그런 와중에 저만의 창작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는 이 행위가 제게 최소한의 책임감을 부여해 줍니다."


현재는 윤지성의 다음 앨범과 강남인디레코드에서 진행하는 작곡 클래스 워크샵을 준비 중이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 자체를 별로 내켜 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잘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친분이 있던 서기준 작곡가의 권유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8주 차로 나눠서 수업을 준비 중입니다. 여덟 마디 작사 작곡 벌스는 어떻게 쓰는지, 벌스와 후렴구의 구조를 나눠 파편적인 작업을 하는 걸 1단계로 하고, 또 케이팝 아이돌 댄스곡과 실제 아이돌 곡의 리드(의뢰)가 왔을 때, 그 리드를 분석하는 방법, 콘셉트적으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가사, 멜로디 등을 전략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내용을 준비 중입니다. 또 OST 멜로디 작사법과 케이팝 작사법의 차이점도요. 처음이지만 꼼꼼하게 준비해서 제 노하우를 잘 전달하고 싶어요."


도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소수의 리스너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목표다.


"제 노래를 즐겨 들어주는 분들이 계속 사랑스럽게 지켜봐 줄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그러면서 눈치 안 보고 여러 장르를 도전하고 있다는 게 이중적이는 한데(웃음) 마치 연애 중에 '내가 이렇게 해도 나 좋아해 줘'라고 말하는 느낌이네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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