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세제실장 사실상 ‘경질’…세수오류 꼬리자르기 논란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입력 2022.01.28 16:12
수정 2022.01.28 16:12

28일 윤태식 신임 세제실장 임명

홍 부총리 “세제실 인력 칸막이 낮추겠다”

세제실 분위기 뒤숭숭…‘꼬리자르기’ 비판

지난해 60조원 역대급 세수오류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세수추계 실패를 둘러싼 비판이 커지자 기획재정부는 세제실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김태주 세제실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기재부는 연초 정기인사와 맞물렸다는 입장이지만, 세수추계 실패를 세제실장을 교체하는 것으로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기재부에 따르면, 오늘자로 윤태식 국제경제관리관(행정고시 36회)을 차기 세제실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세제실을 전격 쇄신하겠다”고 말한지 열흘 만에 인사를 단행했다.


세제실은 지난해 세수 전망치를 여러 차례 수정하고도 약 60조원에 가까운 초과세수를 기록했다. 2020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세 수입을 282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걷힌 금액이 341조원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쇄신을 다짐 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세수 오차가 작년에 크게 난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세수추계 모형 재점검과 함께 세제실 인력 운용과 의사 결정 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세제실 인력 칸막이를 낮추고 다른 부서와의 교류를 넓히겠다”고 말하면서 세제실 근무 이력이 없는 이른바 ‘비(非) 세제실 출신’ 공직자들을 여러 부서에서 수혈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윤태식 신임 세제실장은 국세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4년간 세제실에서 근무한 경험은 있으나 주요 경력은 국제 금융이다. 즉, 홍 부총리 의지대로 정통 세제실 출신이 아닌 다른 실국내 인사가 임명된 것이다.


윤 실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6회로 관료사회에 입성해 기재부에서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국장 등 국제금융 관련 업무를 다수 맡아왔다.


이같은 인사에 세제실 분위기는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세수 추계 오류의 책임은 홍 부총리, 이억원 기재부 1차관, 세제실장 등이지만 가장 아랫직급인 세제실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실장 직이 1년이상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었고, 연초에 정기인사가 맞물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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