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거운동 아닌듯 은근슬쩍'...與, 당원 대상 SNS홍보 교육
입력 2022.01.26 12:47
수정 2022.01.26 13:01
'슬기로운 선거생활' 당원 교재 배포
"이재명 공약 연관 3자적 언급" 강조
"동호회 등 모임 활동에 활용하라"
상대당 홍보물 대응 방법도 수록
더불어민주당이 당원들을 대상으로 동문회·네이버카페 등 온오프 커뮤니티에 이재명 후보 홍보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후보 공약과 연관지어 은근슬쩍 제3자적 입장에서 언급하라"며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은 '슬기로운 선거생활'이라는 제목의 당원교육용 교재를 배포했다. 책자에는 이 후보 소개 및 약력과 함께 선거법, 공약 관련 내용이 수록돼 있다. 선거법상 가능한 선거운동과 저촉되는 행동을 구분해 논란을 피하고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당부하는 차원이다.
특히 'SNS 대응메뉴얼'을 실어 온라인 선거운동의 자세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주목된다. 동문회나 향우회, 학부모 모임, 인터넷 카페, 단체카톡방 등에서 이 후보를 홍보하되 공약과 연관 지어 "은근슬쩍 제3자적 입장에서 언급하라"는 게 골자다. 선거 홍보물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피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이 후보가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오면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는 제도를 공약했는데 다른 후보는 아무 언급이 없다. 아이들이 걱정이다" 혹은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놀랬다. 다른 병원보다 비싸다. 부르는 게 값인가보다. 알아보니 이재명 후보가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를 도입해서 부담을 줄여주겠다던데 진료비 걱정 좀 안했으면 좋겠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내가 올린 글이나 선전물에 동의하거나 옹호해 주는 사람이 2~3명만 있어도 단체방 활동이 한결 수월해진다"며 "평소 나누었던 공통의 관심사가 나왔을 경우 자연스럽게 우리 후보의 공약을 선전하라"고 지도했다.
상대당 후보 선전에 대한 대응책도 소개했다. 민주당은 "다른 사람이 올린 선전물에 관한 사실관계를 우선으로 하고, 가짜뉴스라면 생산자뿐만 아니라 전파자도 처벌받을 수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확실히 언급하라"며 "사실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논쟁을 하는 순간 진다. 가짜뉴스 전파의 해악을 알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짜뉴스 유튜브 영상 신고 방법'도 자세히 안내했다. 영상의 '싫어요' 버튼 클릭과 함께 영문으로 된 댓글 작성, 그리고 '증오 또는 악의적인 콘텐츠'로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끝으로 민주당은 "일반 유권자가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신문기사 내용을 SNS를 이용해 전송할 수 있다"면서 "SNS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에 대한 내용을 전송하는 경우 '선거운동 정보' 표시를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며 이 후보 홍보를 거듭 독려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바이럴 마케팅'을 강조하는 이재명 후보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현장 연설에 나설 때마다 지지자들을 향해 "주위 친구에게 말 한마디, 커뮤니티에 글 올리고 카카오톡 단체방에 공유해달라"며 "이런 실천이 합쳐지면 수백 수천의 댓글 조작이 많은데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왔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원으로서 우리 후보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법적 문제를 떠나 이렇게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당원들에게 소개하고 교육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유치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