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韓 최초 골든글로브’ 오영수, 전 세계 홀린 노배우의 관록
입력 2022.01.10 14:10
수정 2022.01.10 14:17
‘오징어 게임’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연극 무대에서 묵묵히 연기를 해 온 59년 차 배우 오영수가 ‘오징어 게임’으로 팔순을 앞두고 월드스타가 됐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까지 쓰고 있다.
10일(한국시간) 미국 LA 비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과 마크 듀플라스,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테드 래소’의 베롯 골드스타인과의 경쟁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에서 상을 수상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001번 참가자 오일남으로 분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났다. 병에 걸려 쇠약해진 노인의 모습은 물론, 해맑게 게임을 즐기는 아이 같은 면모와 때로는 의뭉스러운 표정과 태도로 궁금증을 자아내며 ‘오징어 게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섬뜩한 서바이벌 게임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에게 ‘깐부’의 의리를 보여주며 전 세계에 ‘깐부’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인이 알아보는 배우가 됐지만, 이 작품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었다. 지난 1963년 극단 광장에서 배우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59년째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나,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연극 무대에서 주로 대중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리어왕’과 ‘파우스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베니스의 상인’ 등 굵직한 작품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20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한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한국연극협회 연기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부 대중들은 그를 ‘스님 전문 배우’로 기억하기도 한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드라마 ‘선덕여왕’과 ‘무신’에서 승려 연기로 대중들에게 인상을 남겼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오영수의 연기를 접한 것이 ‘오징어 게임’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한 차례 만남이 불발된 뒤 ‘오징어 게임’에서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 이후에도 그가 돌아간 곳은 대학로 무대였다. 그는 지난 7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를 연기하고 있다.
다수의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관록 있는 연기는 물론, 각종 어록으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로 주목을 받은 뒤 관련 내용으로 광고 모델 제안을 받았지만, 작품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다며 이를 거절한 일화는 연기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
또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서는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다.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한테 이겼다. 모두가 승자”라며 “진정한 승자라고 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승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