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속도전’ 너무 빨리 문 닫힌 FA 시장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2.01.06 15:22 수정 2022.01.06 15:23

정훈, 롯데 잔류하며 FA 시장 마지막 계약자가 돼

예년과 달리 일사천리로 진행된 계약 진행과정

FA 시장의 문을 닫은 롯데 정훈은 급속도로 진행된 시장 분위기에 악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정훈은 5일 원소속팀 롯데와 3년간 총액 1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정훈이 계약을 마침에 따라 이번 FA 시장에 나온 선수 15명의 행선지가 모두 정해졌다.


정훈은 대박 계약을 노리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최근 크게 좋아진 성적을 등에 업고 보다 많은 액수를 보장 받으려 했다. 하지만 시장이 정훈을 외면하면서 장기전 대신 롯데가 제시한 금액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FA 시장은 총 989억원의 돈이 오간 역대급 호황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계약의 진행이 예년과 다르게 매우 빨리 진행됐다는 점이다.


첫 계약자는 시장이 열리고 5일 뒤인 지난해 11월 27일 한화에 잔류한 최재훈(5년 54억원)이었다.


이후 FA 시장은 큰 손 경쟁이라도 하듯 대박 계약들이 줄을 지어 발표가 됐다. 최고액 나성범을 비롯해 무려 5명의 100억대 선수들이 나왔고 황재균, 손아섭 등도 60억원대 대박을 터뜨리며 다시 한 번 지갑이 두둑해졌다.


2021년의 마지막 계약자는 LG로 이적한 허도환이었고 이제 시장에 남은 선수는 정훈 단 1명이 됐다. 즉, 자격 공시 후 93.3%(15명 중 14명)이 해를 넘기지 않고 빠르게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것이었다.


이는 지난 5년간 FA 시장의 분위기를 봐도 매우 빠른 페이스임에 분명했다.


5년 전이었던 2017년 14명의 선수들이 FA 계약을 맺었고 그 중 71.4%에 해당하는 10명이 자격 공시 해에 계약했고 나머지 4명은 이듬해 도장을 찍었다.


이후 2018년에는 당해 계약이 65%, 2019년 26.7%, 2020년 36.8%, 그리고 지난해 60%의 수치를 나타냈다.


이번 FA 시장 계약 진행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 이유로는 역시나 큰 손을 자처한 일부 구단들이 마음먹고 지갑을 꺼냈기 때문이다.


100억대 계약을 진행한 구단들의 경우 일찌감치 영입 또는 잔류 선수들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액수를 제시했고 영입 전쟁이 벌어지지 않으며 협상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잔류와 이적을 놓고 저울질을 하던 과거와는 분명 달라진 시장 분위기였다.


만약 선수 영입 경쟁이 벌어졌다면 적지 않은 선수들이 해를 넘겨 협상을 끌고 갔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경우 대체 선수들의 주가도 덩달아 올라가게 되는데 마지막 계약자였던 정훈 역시 또 다른 기회의 길이 열리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는 계산이 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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