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자발찌? 민방위 훈련?"…유효기간 지난 방역패스 '딩동' 울린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1.12.28 05:27
수정 2021.12.27 21:24

"성범죄자 전자발찌 끊어도 경고음 안울리는데…미접종자는 알림음?"

"왜 마트에서 물건 계산 안하고 나가다 걸린 사람 취급하나…사회적 낙인 우려"

전문가 "부스터샷 안맞으면 다시 미접종자 분류하는 정책부터 국민적 동의 필요해"

"국민에게 방역실패 책임 전가, 참으로 유치한 정책…공개적으로 창피줘 편가르기 하나"

정부가 다음달 3일부터 유효기간 6개월이 만료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패스에 딩동 알림음 도입을 예고하면서 미접종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접종 사실을 알리는 방역패스 경고음이 미접종자들에 대한 과도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의 사회적 합의를 우선 촉구했다.


2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내년 1월 3일 0시부터 코로나19 방역패스에 유효기간 180일이 적용된다. 현재 2차 접종 완료자도 방역패스의 유효기간 내에 부스터샷(추가접종)을 하지 않으면 방역패스가 만료된다. 정부는 식당·카페, 학원, 영화관, PC방 등 16종의 시설 입장 시 유효한 증명서가 없을 경우 '딩동' 소리가 나도록 할 방침이다.


시설관리자는 딩동 소리가 나오는 경우 미접종자의 예외(PCR 음성확인, 코로나19 완치자, 18세 이하, 예외자)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방역패스 미소지자에게 시설 이용 불가를 안내해야 한다. 방대본은 "이번 음성안내 조치로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 소규모 시설에서도 상주인원 없이 이용자의 접종완료 및 유효기간 만료 여부 등을 편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백신 미접종자 차별 논란과 함께 국민적 동의가 실종된 졸속정책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직장인 안모(28)씨는 "성범죄자 알리미 보려면 온갖 인증을 다 해야 하고, 화면 캡처도 안 되고, 전자발찌를 끊어도 경고음은 안울리는데 미접종자는 '딩동! 너는 미접종자야'라고 불특정 다수에게 알림음으로 알려준다"며 "미접종자 QR코드가 코로나 전자발찌냐"고 분노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모더나 백신을 지난 11월에 맞고 부작용으로 고생했는데 2차 접종자 완료자도 또다시 미접종자가 된다니 한숨만 나온다"며 "미접종자 대다수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학생들일 텐데, 왜 마트에서 물건 계산 안하고 나가려다 걸린 사람처럼 알림음으로 수치를 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생 김모(23)씨는 "방역패스 본래 취지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불이익이 아닌 백신 접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했다고 회사에서 마스크 안 쓰고 있는 백신 만능론에 빠진 사람들이 유효기간 만료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데 사회적 낙인을 미접종자에게만 찍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스터샷을 맞지 않으면 2차 백신 접종자의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6개월로 만료되는 정책부터 국민적 동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방역패스가 만료되거나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QR코드를 스캔할 때 경고음이 울리는 정책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질타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초 2차 백신을 맞으면 접종완료자로 본다고 밝혔던 정부가 부스터샷을 안맞으면 다시 미접종자로 분류했는데, 이 결정 자체에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1차 백신 접종만 해도 중증 예방 효과가 80% 이상 되기 때문에 부스터샷을 안맞으면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과학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이어 "정부가 국민의 동의도 없이 백신 2차 접종자들의 방역패스가 만료됐다고 경고음 도입을 하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오미크론은 기존 백신이 다 막을 수 없고 일부만 차단이 되는데 그 기간 역시 굉장히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조건 백신만 맞으면 끝이라는 접근보다는 좀 더 과학적인 방역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가 유흥주점 등 의식주에 필수적이지 않은 곳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식당이나 카페 등에 의학적 사유나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해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방역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경고음 도입도 민방위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QR 코드를 스캔할 때 소리가 울리면 다 쳐다볼 텐데, 미접종 사실은 화면에만 떠도 충분하다. 참으로 유치한 정책"이라면서 "접종률이 낮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도 아닌데 접종자와 미접종자 편가르기 하면서 미접종자가 감염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붙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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