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에서 뇌질환 치료 가능성을…해양바이오 소재 발굴
입력 2021.12.24 15:39
수정 2021.12.24 15:39
해양생물자원관, 사회성 개선 효과물질 확인
향후 자폐증·조현병 치료가능성 열어
해양생물소재, 해양바이오산업 연계 활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해양생물인 성게로부터 사회성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경조절물질인 ‘이카이노토신(Echinotocin)’을 발견해 국내 특허출원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극피동물문 성게강에 속하는 보라성게(Strongylocentrotus purpuratus)는 2006년 미국 연구진들에 의해 유전체가 해독된 바 있으며, 관련 정보는 알츠하이머병·암·노화와 수명 연구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기존에 낙지나 문어가 가지고 있는 ‘세파로토신’이 항우울과 항이뇨 효과를 가짐을 밝힌 것에 착안해 보라성게의 유전체에서 확인된 유사한 물질 ‘이카이노토신’으로 연구를 확대했다.
연구 결과, 이카이노토신도 세파로토신처럼 인간의 바소프레신(항이뇨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되, 낮은 농도로 처리하면 V1B 바소프레신 수용체만 선택적으로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V1B 수용체는 우리 뇌에서 학습과 사회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에 위치하는데, V1B 수용체를 제거한 생쥐는 다른 생쥐를 인식하는 능력과 의사소통과 같은 사회적 행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카이노토신’을 활용, V1B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시키면 혈압상승이나 항이뇨작용 같은 부작용 없이 사회성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V1B 수용체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시판 의약품은 없어, 이번 연구결과가 이카이노토신을 활용한 사회성 관련 뇌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완현 해양생물자원관 관장은 “해양생물의 대용량 유전체 정보로부터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바이오소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며 “유용성이 확인된 소재들에 대해서는 심화연구를 수행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사업(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과 기관고유사업을 통해 연구된 결과로, 향후 자폐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사회성 부족 질환의 치료와 관련된 바이오산업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이외에도 해양 소재를 통한 바이오산업 관련 연구는 활발해지고 있다.
해양생물자원관은 2018년부터 해양생명자원으로부터 유용소재를 발굴하고 기업 등에게 제공하는 해양바이오뱅크를 운영, 추출물·유전자원·미생물·미세조류 등 4개 분야로 구성해 현재까지 총 7600건이 넘는 해양생명소재를 등록했고 643건의 소재를 분양하는 등 해양생명 자원의 활용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도 의약품·신소재·화장품 등에 쓰이는 해양식물플랑크톤 등의 자원을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직재생에 사용되는 키토산, 피부보습 또는 암세포 등의 위치를 추적하는 의료용 프로브와 히알루론산으로 각광받는 어패류, 수술용 근적외선 형광염료로 연구 중인 해조류의 알긴산 등이 해양바이오 산업의 소재로 발굴돼 산업화로 연계되는 과정 중에 있다.
특히 이 같은 해양신소재 발굴은 나고야 의정서 발효와 해양천연물 연구 등이 활발해지면서 유용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