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혼하기 싫다②] "결혼은 현실, 그래도 하는 게 낫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1.12.22 05:10
수정 2021.12.21 17:51

결혼 찬성론자들 "결혼하면 손해고, 주변에 드물지만…결혼해서 얻게 될 가치 훨씬 커"

"나이 먹으면서 생기는 사회적 보호자 부재 측면에서 생각하면 배우자 필요할 듯"

전문가 "경제적 안정감 사라져 이른바 3포·5포 세대 속출…결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

"남녀 성별 간 갈등도 비혼 원인…서로 간 적대시·부정적 감정이 결혼율·출산율 저하시켜"

청년들은 비혼의 주된 이유로 집값 폭등과 전세난, 노후보장이 불확실한 미래 등 경제적인 원인을 많이 언급했다. 또 결혼 뒤에 오는 구속 및 압박이나 시댁과의 다툼, 가정폭력 등 가족관계 갈등도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장애물로 꼽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해야 한다는 젊은 이들의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한모(33.남)씨는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2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서 "요즘은 결혼하면 손해고 주변에서도 결혼한 친구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개인적으로는 결혼해서 얻게 될 가치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대 때부터 저축한 돈과 시에서 지원하는 신혼부부 전세대출로 15평 아파트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형편이 더 어려웠던 윗세대보다는 출발이 나은 셈이다. 맞벌이하면서 노력하면 언젠가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뤄내고 아이 양육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28.여)씨는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안정감을 연인에게서 찾는 경우 결혼을 결심하는 것 같다"며 "미혼의 삶은 자유로워서 좋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사회적 보호자의 부재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배우자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김씨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안정적인 직종에 있을 때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서 결혼은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한마디로, 경제적 안정감이 사라진 것이 비혼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남녀 성별 간 갈등도 비혼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어 그렇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자리와 주거가격의 불안정함이 결정적인 이유다"며 "고용률의 감소와 취업난에 대한 통계가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20대의 고용률을 보면, 비정규직의 비율이 훨씬 높고 대기업 정규직은 10%도 안되는데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으로 경제적 안정감이 사라짐으로 결혼은 커녕 연애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즐비하다"며 "이른바 3포·5포세대 용어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이 데이트폭력과 같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결혼 후 시댁이나 가족과의 갈등 사이에서 오는 문제 등에 대한 우려로 상대에게 거부감이 생기면 결혼 문제에서부터 막히게 되는 것이다"며 "반면, 남성의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여성들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가 굉장히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이런 여건과 현상들이 남녀 젊은 이들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만 쌓이게 만들었다"며 "남녀가 서로 등지고 갈등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결혼율과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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