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정권교체 할 수 있겠습니까 [최현욱의 저격]
입력 2021.12.01 07:00
수정 2021.12.08 22:55
서로에게 칼 겨누는 모래성 같은 기반
원팀 모습 보일 수 있을까 의구심 커져
지난 7개월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국민의힘은 '원팀'인 적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탄생 직전 운동권 정부 수립을 볼 수는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산업화 세대가 마지막으로 뭉쳐 불꽃을 태웠지만, 그가 탄핵된 뒤부터는 끝없이 분열되며 서로를 향한 삿대질에 바빴다.
지선에서 영남정당이라는 조롱을 받았을 때에도, 총선에서 대패해 개헌저지선이 위험한 지경에 내몰릴때까지도 보수는 책임은 남에게 떠넘기고 각자 살아남기 바빴다.
승리로 기록된 4·7보궐선거와 세대교체를 경험한 6·11 전당대회도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년 정치인은 경험이 없다며, 중진 정치인은 이제 86진보 세력에게 안 된다는 게 검증됐다며 서로에게 칼을 겨눴다.
전당대회 후 승복하는 모습이 그려졌으나, 갈등과 반목은 계속돼 대선 경선후인 지금까지도 지지층 사이에서는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이 오가고 있다.
그 사이 문재인 정부와 가장 날카롭게 각을 세운 사람은 보수정당이 배출하고 키운 정치인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돼 있었다. 국민의힘은 그에게 보수의 미래를 맡겼다.
이후 '지금 대한민국에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대의 아래 곳곳에서 진보정당 출신 인재들까지 대선캠프 주요 요직에 둥지를 틀었다.
마치 모래성 같은 기반위에 또 다시 모래성을 겹겹이 쌓은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은 출신이 곧 낙인이 돼 뒷자리로 밀려났다.
그런데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모래성' 마저 흔들리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캠프 측과 서로 '앞과 뒤의 말이 다르다'는 오해를 쌓은 끝에 합류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났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절차 없이 통보만 받았다며 '잠적' 하기에 이르렀다.
캠프에 남은 인물들도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원팀'의 모습을 보여주며 순항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이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 단순 정권교체 여론만으로는 두터운 득표층을 형성할 수 없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보수가 궤멸한 후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08%에 그쳤다.
당시에도 홍준표(24.03%)·안철수(21.41%)·유승민(6.76%) 후보가 나눠가진 득표율은 과반(52.2%)을 형성했다. 갈라진 보수가 해법을 찾아 하나의 깃발 아래 뭉치는 것이 지상 과제였음에도 이를 등한시하고 임기응변으로 대응책을 찾은 것이 오늘의 결과를 불렀다는 이야기다.
결국 보수야권이 승복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4·7보궐선거 때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 대표, 김 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모두가 힘을 합쳐 싸웠던 그 때 보수 야권이 얼마나 승리에 절박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혹자는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이미 많이 달라졌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4·7보궐선거가 끝난지는 이제 7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7개월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쌓아왔던 것을 거짓말처럼 잃기 싫다면 진영 전체가 자중하고 제 살을 깎는 처절한 마음으로 재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