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당무 멈춘 이준석, 수습 나선 윤석열
입력 2021.11.30 15:58
수정 2021.11.30 16:37
이준석, 의미심장 글귀 남기고 잠적
대선 ‘D-99’인데…”장기화시 공멸“
당내 이준석 옹호·비판 여론 양분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돌연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돌입했다. 대선 국면에서 제1야당의 대표가 선거운동을 보이콧하는 사태가 빚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당대표실은 이날 당 출입기자들에게 "금일 이후 이준석 당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이 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9시 한 언론사 주최 포럼 참석을 시작으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시간 전 쯤인 오전 7시55분쯤 돌연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29일) 밤 페이스북에 웃음 표시(^^)와 함께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중도 사퇴 설이 돌았다. 약 50분 후엔 '^_^p'만 입력한 게시물도 올렸다. 'b'가 이모티콘으로 해석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모양이기 때문에 'p'는 엄지 손가락을 거꾸로 내려 야유하는 모양새라는 해석이 붙었다.
정치권에서는 구체적인 의미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문제와 이른바 '당대표 패싱' 문제를 두고 이 대표가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이 대표는 전날 출연한 라디오 방송 등에서 '김종인 영입'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지난 26일자 기자회견과 윤 후보의 2박3일 충청권 방문 일정 등이 자신의 일정임에도 사전에 캠프로부터 확인조차 받지 못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윤 후보 측 인사들이 당대표-대선후보 일정 차질을 유도해 '이간질'을 한 데 따른 결과라는 주장도 폈다. 이날 이 대표는 휴대전화를 꺼놓아 연락이 두절됐다.
이를 두고 당대표실이 공개적으로 '금일 이후'의 모든 공식일정 취소를 언급했고, 이 대표 스르로도 '여기까지'라고 언급한 만큼, 다음날에는 당무에 복귀할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경우 현재 이 대표가 맡고 있는 중앙선대위 공동상임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 업무를 이어갈지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
다만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후 김 전 위원장 영입을 시도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과 함께 "김 전 위원장 영입 과정은 꼭 영입하려는 사람들이 꼭 '(똥인지 된장인지) 뭔가 찍어 먹어봐야 하는' 느낌으로, 꼭 그 다음 단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영입을 여전히 주장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원인 파악에 나섰다. 윤 후보는 충청권 방문 이틀째인 윤 후보는 이날 청주에서 2차전지 강소기업 클레버 공장을 시찰한 뒤 "사무총장과 통화해, 이유 등을 파악해보고 한 번 만나보라고 이야기 했다"면서 "저도 (이 대표가 이러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저는 해야할 역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야권 내에서는 이 대표의 '파업사태'가 길어질 경우 당과 후보 캠프의 갈등이 표면화될수밖에 없는 만큼 조속한 수습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대선 디데이가 두 자릿수로 줄어든 상황에서 대선 후보와 당대표의 갈등 표면화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자, 당 안팎 인사들의 입장도 둘로 나뉘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잠적을 이해할 만 하다는 의견과 당대표로서 무책임한 모습을 노출했다는 성토가 혼재한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와 우리당의 대선 필승 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인데, 지금 필승공식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 대표 없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대선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도 “이 사태가 장기화 되면 윤석열 후보, 이준석 대표 모두 공멸”이라며 “윤 후보의 대처가 아쉽다. 사무총장을 통해 수습에 나설 게 아니라 직접 나서 이 대표와 소통하는 길을 택하는 게 올바른 선택 아니겠나”라 말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 있으나 이 대표는 엄연히 당대표지 일반 당원이 아니다. 이런 우발적인 행동은 당에게도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비판했다.
그간 윤 후보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또한 “SNS와 온갖 방송으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윤석열 후보 뒤통수 치기뿐! 그 이모티콘 서양에서 '조롱'과 '경고'의 뜻이라는데 대체 누구한테 하는 것인가”라고 이 대표를 정면으로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