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결정적 장면⑫] ‘지옥2’에서 유아인을 다시 보는 방법은…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1.11.30 08:04
수정 2021.11.30 08:04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연출 연상호, 각본 연상호·최규석,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이 공개된 지 열흘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들도 있지만 적어도 배우 유아인이 또 하나의 인상적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각종 게시판을 보면 유아인의 연기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원래 잘하니까 이번에도 쉽다? 결코 그런 일은 없다. 계속 잘해 왔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 커진 관객도 만족시켜야 하고 ‘어떻게 이렇게 잘하나, 이번에도 잘하나 보자’ 매서운 잣대를 든 시청자도 만족시켜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배우 유아인은 이번에도 실망을 주지 않았다. 3년 전 영화 ‘버닝’을 통해 청춘들의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 어렵고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선’을 지키려 안간힘 쓰는 젊은이의 모습을 종수를 통해 보여 준 이후 유아인의 성장은 더 깊어졌다. 이전까지의 작품들이 유아인의 성장 ‘속도’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이었다면, ‘버닝’ 이후엔 ‘깊이’를 더해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세계 배우 중에서 ‘올해의 배우’ 12인 명단에 유아인을 선정한 뉴욕타임즈의 눈이 정확했다.


‘지옥’은 그 성장의 연장선에 있다. 간단히 표현하면 사이비종교 ‘새 진리회’ 1대 교주 정진수, 손으로 섬세히 그린 원작의 캐릭터가 2차원이고 유아인이 세상에 내놓은 인물이 3차원 입체라는 게 명확해 보이게 연기했다. 그림이니 2차원, 영상이니 3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원작 캐릭터에 비기지도 못하는 영화 배역이 얼마나 많고, 아쉬움 속에 자꾸 원작 타령을 하게 하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을 잘했나. 사이비 교주 캐릭터는 매우 매력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사랑받기 쉽지 않다. 배우로서 도전해 볼 만한 다층적 캐릭터지만, 동시에 조금만 어설펐다가는 캐릭터 자체가 가진 비호감까지 더해지며 밉상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엄마, 아빠, 선한 용기를 지닌 사람, 사랑에 빠진 인물 등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이미 형성돼 있는 인물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유아인이 드라마 지옥 속에, 아니 현시점의 우리 눈앞에 빚어서 내놓은 사이비 교주 정진수는 어떤가. 정말이지 살아 움직이고, 현실에 있을 것만 같은 동시에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드라마 속에나 있을 것 같고, 진정 그가 교주라면 그 종교를 믿고 싶게 만들 만큼 생생하게 매력적이다. 결국 배우가 할 일은 맡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보는 이가 그를 사랑하게 하는 것일진대, 유아인은 맡은 바를 완수했다.

얼마나 매력적이면 다소 궤변일 수 있는 말에 설득당할 정도다. 인간은 죄를 짓는 존재로 태어났고, 죄를 지으면 그에 합당한 징벌을 받아야 한다. 그 징벌은 법과 달리 매우 선명해서, 얼마 뒤에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라는 ‘고지’를 받고 그날이 되면 ‘시연’이 이루어져서 한 줌의 재로 사라진다. 그러니 죄짓게 태어난 중생일지라도 고지를 두려워하여 착하게 살아라. 신께서 직설적으로 말하신다, 너희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


선도하고 계도하는 게 아니라 공포라는 감정을 통해 선하게 살 것을 강요한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 복수도 자행한다. 그 모든 것을 ‘공정’ ‘정의’라고 표현한다. 유아인을 빌어 태어난 정진수의 설교를 듣노라면 언뜻 맞는 말 같다.


정신 차려 보면 공포 정치, 사적 복수 모두 경계해야 하는 것들이고 결코 공정도 정의도 아니다. 무엇보다 죄지은 자에게는 ‘고지’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아이러니하게도 정진수조차 벗어날 수 없는 고지다. 여기서 궁금증. 정진수는 착하게 살다 고지를 받고 어차피 갈 지옥이니 겁 없이 죄를 지은 것일까, 정진수의 죄는 예정된 미래여서 고지가 시행된 것일까.


드라마 ‘지옥’은 용두사미일 뻔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부활한다. 정진수가 사라지고 이동욱(김도윤 분)이 해골 가면을 벗자 재미가 격감했는데 튼튼이 엄마 송소현(원진아 분)의 눈물로 버티다 박정자(김신록 분)의 결정적 한 방으로 살아나 시즌 2를 기다리게 한다.


시즌 1조차 유아인이 사라진 뒤 맥이 빠졌는데, 유아인 없는 시즌 2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물론 다른 얘기가 전개될 것이고, 또 다른 좋은 배우들이 있음을 잘 안다. 그래도 포기하기 어렵다. 혼자 생각하고 삼삼오오 궁리도 한다.


유아인이 시즌2에 다시 나올 방법이 정말 없을까? 혹자는 박정자와 같은 방식을 얘기하고, 혹자는 튼튼이의 미래로 전망하기도 한다. 전자는 진경훈(양익준 분)이 뒷수습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쉽게도 가능하나 신선미가 떨어지고, 후자는 신선도를 지키며 확실하게 유아인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작가도 연출 감독도 아니면서 이런저런 ‘궁리’들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배우 유아인을 ‘지옥2’에서 다시 보고 싶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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