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혀 차는 배구팬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IBK기업은행 맞나”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1.11.23 17:43
수정 2021.11.23 17:53

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 제출한 임의해지 신청 반려 "서류 미비"

IBK기업은행 알토스. ⓒ 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한국배구연맹(KOVO)에 제출한 조송화(28)에 대한 임의해지 신청이 반려됐다.


KOVO는 23일 "구단으로부터 접수한 공문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선수가 서면으로 신청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 관련 규정에 의거, 임의해지 신청 서류가 미비하다고 판단했고 공문을 반려했다"라고 알렸다.


전날 IBK기업은행은 팀을 두 차례 무단으로 이탈한 조송화에 대해 KOVO 규정(제22조)에 따라 임의해지를 결정했다.


IBK기업은행은 21일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에 따른 이유로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했다. 소문이 파다했던 내부 불화가 수면 위로 드러나 여론이 악화되면서 급하게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무단 이탈로 팀 기강을 흔든 조송화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만 밝혀 논란을 일으킨 선수를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전가하고, 팀을 이탈한 선수와 코치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여론에 밀려 IBK기업은행은 부랴부랴 조송화의 임의해지를 결정했다. 임의해지가 공시되면 3년이 경과하기 전까지 타 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


그나마 이것도 연맹 규약에 막혀 이뤄지지 못했다. 조송화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해지를 신청하는 등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연맹 규약 52조(임의해지 선수)에 따르면, '선수가 계약기간 중 자유의사로 계약의 해지를 원하는 경우 구단에 서면으로 임의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 구단은 선수의 임의해지 신청 사실을 연맹에 통보해야 하고, 총재가 이에 대한 구단의 동의를 확인한 후 선수를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하면 임의해지 선수가 된다'고 적시됐다.


임의해지 절차를 밟는 중 선수의 마음이 바뀐 것인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떠나 배구팬들은 “일처리 수준이 이것 밖에 안 되나. 너무 미숙하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아는 그 IBK기업은행의 구단이 맞냐”며 혀를 차고 있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뜻을 모은 일부 배구 팬들은 서울 IBK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 퇴출을 요구하는 트럭시위를 벌였다. 2020 도쿄올림픽을 4강 신화를 이끈 김연경도 SNS를 통해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리는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김수지-김희진-표승주 등 국가대표들을 대거 보유하고도 꼴찌에 머물러 있는 IBK기업은행은 혼란 속에서 이날 오후 흥국생명과 2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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