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학년도 수능] 역대급 불수능 논란 가중…수시 최저기준 못 맞추나
입력 2021.11.22 08:51
수정 2021.11.22 09:01
특히 국어 영역, "수험생 눈 높이에 맞지 않는다" 지적 잇따라
출제 의도와 다른 수험생 체감도…"코로나 변수 파악 부족"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가채점 결과로 예상된 등급 커트라인(컷)이나 상위권 대학 지원가능 예측 점수가 대폭 하락하고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9학년도 수능 난도 논란과 관련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했고, 가장 큰 논란이 된 국어 31번 같은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지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수능 당일이었던 2018년 11월15일 "전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힌 출제위원장의 발표와 달리 난도 조절 실패 논란이 일자, 평가원이 12월4일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출제위원단의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사과까지 한 것이다.
당시 수능에서 국어영역 원점수 1등급 컷이 84점,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자(만점자) 비율이 전년도(0.61%)보다 크게 낮은 0.03%로 '불(火)국어'를 넘는 '마그마 국어'라는 말까지 나왔다.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도 전년도의 반 토막이 난 5.3%로 절대평가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수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수능 당일인 지난 18일 출제위원장인 위수민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고, 1교시 국어영역이 끝난 직후 교사들과 입시업체들도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쉽다'고 평했지만 실제 수험생들의 체감도는 크게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어 영역에서 '헤겔의 변증법', '기축통화와 환율' 지문은 "수험생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주요 입시업체들은 가채점 자체 분석으로 국어 1등급 컷을 82∼85점으로 예상했다. 전년도(88점)보다 3∼5점 낮고 2019년도(84점)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다. 수학영역도 원점수 81∼87점이 1등급 컷으로 예상돼 수학 가·나형 1등급이 92점이었던 전년도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95만명이 가입한 수험생 카페 '수만휘'에서는 "기출문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문제 유형을 보니 재수·삼수를 한다고 성공할 자신이 없다", "불수능에 중위권 점수가 붕괴됐을 것"이라는 글과 댓글이 다수 올라왔고 난이도가 매년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고 '물수능', '불수능' 논란을 오가며 수험생들이 난이도를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국어와 수학에서 예상보다 높은 난도에 최상위권은 점수 유지가 됐겠으나 중위권은 물론이고 중상위권∼상위권도 흔들렸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과 수험생들이 불리했다는 평가도 많다.
대성학원·종로학원·유웨이 등 3개사가 전망한 주요 합격선은 국·수·영 원점수 300점 만점 기준 이과 최상위권이 지원하는 서울대 의예 289∼291점, 연세대 의예 289∼290점으로 지난해보다 3∼4점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종로학원 전망치로 문과 상위권이 지원하는 연세대 영어영문 270점, 고려대 영어영문 265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 265점, 서강대 경영 263점 등은 14∼19점으로 낙폭이 더 컸다. 한국외대 LD학부는 251점, 이화여대 인문계열은 246점으로 26∼28점이나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평가원은 코로나19에 따른 학력격차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분석 등을 바탕으로 예년과 같이 6·9월 모의평가 수준에서 출제했다고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던 셈이다. 특히 수능일 교사·입시업체 강사들이 풀어본 결과와 실제 응시생들의 체감하는 난도에도 온도차가 상당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적당한 수준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출제의도가 보이기는 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출제진이 일부러 어렵게 내거나 조절에 실패했다기보다는 지난해 쉬웠던 것을 조절했는데 이 정도 어려워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학업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체감난도가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국어·수학영역이 '공통과목 + 선택과목'으로 치러진 만큼, 같은 원점수를 받은 학생들이더라도 표준점수·백분위가 달라져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등급이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주요 입시업체 예상 국어 1등급 컷이 '언어와 매체' 82∼83점, '화법과 작문' 83∼85점, 수학 1등급 컷은 '확률과 통계' 85∼87점, '미적분'은 81∼84점, '기하'는 83∼85점으로 선택과목별로 다르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의 경우에도 1등급 비율은 5∼6%로 전년도 12.7%에서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학들이 '3합5'(3개 영역 합산 5등급) 식으로 요구하는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최저기준 충족 미달 지원자들이 늘면서 올해는 수시 추가합격자가 많고, 나아가 정시로 선발인원을 넘기는 '수시 이월'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