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도 박수’ 롯데가 보낸 신본기, KT에서 정상 만끽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1.11.19 00:00 수정 2021.11.18 23:37

'홈런까지' 한국시리즈 MVP 박경수 공백 깔끔하게 메워

정든 롯데에서의 추억 보다 더 큰 한국시리즈 우승 추억 쌓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벗은 신본기(32)가 KT 위즈에서 프로야구 정상을 만끽했다.


신본기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대결에서 8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 결정적인 호수비로 데일리 MVP, 3차전에서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린 뒤 부상으로 4차전에 결장한 '한국시리즈 MVP' 박경수의 공백을 깔끔하게 메웠다. “경험이 풍부한 신본기가 박경수 대신 출전한다”고 별다른 고민 없이 말한 이강철 감독 믿음에 확실하게 화답했다.


4차전에서 앞서 한국시리즈 2경기에 출전했던 신본기는 교체로 투입돼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날은 깜짝 홈런까지 터뜨렸다.


두산이 1점을 따라붙어 5-1로 쫓긴 KT의 5회초 공격. 선두타자로 나선 신본기는 두산 김명신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펜스 넘어가는 솔로 홈런(비거리 115m)을 쏘아 올렸다. 신본기의 한국시리즈 첫 홈런. 정규시즌 96경기를 뛰면서 1홈런이 전부였던 신본기는 통합우승까지 1승만 남겨둔 중요한 게임에서 홈런을 쳤다.


안정적인 수비를 넘어 공격에서 홈런까지 터뜨린 신본기 활약에 박경수도 박수를 보냈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박경수는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신본기를 향해 목발을 짚고 다가가 축하와 격려의 말을 건넸다. 한국시리즈에서 짜릿한 손맛을 본 신본기는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순간을 만끽했다.


지난해 12월 롯데 자이언츠에서 트레이드 되어 KT로 이동할 때만 해도 섭섭함과 아쉬움이 남았던 게 사실이다. 경남고-동아대 출신의 ‘부산 남자’ 신본기는 2012년 롯데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롯데에서만 뛰었다.


태어난 부산과 정든 친정 롯데를 떠나 낯선 KT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 팬들은 “너무 어색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KT 소속 선수로 사직구장을 찾아 롯데 팬들에게 인사할 때도 신본기는 롯데 선수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신본기는 롯데에 오래 녹아있던 선수였다.


하지만 롯데서는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무대를 트레이드 1년 만에 밟았다. 롯데에서는 요원하게 느껴질 법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롯데에서의 좋았던 추억을 덮어버릴 만큼 최고의 자리에서 더 큰 추억을 쌓은 신본기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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