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00년 세월을 담고 있는 주산지의 보이지 않는 매력”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1.11.12 10:06
수정 2021.11.12 13:25

설정욱 국립공원공단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장

설정욱 국립공원공단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장 ⓒ데일리안

도처에 울긋불긋 만산홍엽(滿山紅葉)이더니 이제는 만추(晩秋)다.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구의 증가와 이달 들어 본격적인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며 주왕산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전월 대비 350% 증가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일상에서 벗어나 오색 단풍으로 물든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많은 탐방객이 주왕산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주왕산, #주왕산국립공원, #주왕산단풍과 같은 해시태그 건수는 7만 개 이상 등록되어 있고, 10월 이후 현재까지도 관련 게시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때 빠지지 않고 함께 등장하는 것이 바로 #청송사과이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마을주민들은 가뭄 해소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주산계곡에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두었고 이곳의 물이 계곡 아래 주왕산면 주민들의 소중한 식수이자 전국에서 이름난 청송 사과를 기른 농업용수로 사용되었다.


주산지는 조선 경종 원년(1720년) 8월에 착공해 이듬해인 10월에 준공되어 300년 동안 농민들의 젖줄이 되었던 곳이다. 주왕산 별바위에서 흘러온 물과 그 물속에 잠긴 왕버들 군락이 만들어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비경은 2003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지금도 많은 사진작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또한 2006년 외국도서 ‘Fifty Great Escapes’에서 세계 50대 이색적인 여행지로 주산지가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5호 지정, 2015년 국가지질공원, 2017년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로 등재될 만큼 그 경관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는 자연유산이다.


이렇듯 주산지의 태곳적 아름다움은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잘 알려져 있으나 높은 경관가치 못지않게 주산지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보호지역이다. 2020년 주왕산국립공원 자원모니터링 조사 결과, 주산지는 주왕산국립공원 내에서도 특히 종풍부도, 종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주산지에는 솔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 긴꼬리딱새(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등의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산지 인근 별바위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에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2009년부터 주산지 일원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엄격하게 관리·보전하고 있다. 야생동물 모니터링을 위한 무인센서카메라 설치, 출입금지 단속, 생태계교란생물 제거 등 다양한 보호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주산지의 지속적인 보호와 관리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지역사회와 오랜 기간 함께 해온 농경유산인 주산지의 역사성과 핵심 생태경관자원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국립공원 국가브랜드를 활용한 주산지 축조 300주년 기념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하여 지역 대표 농특산물 홍보사업도 추진하였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청송군 GAP인증 생산농가(사과 1361농가, 고추 219농가)를 대상으로 농산물 홍보 스티커(54만 장)를 제작 및 배포하였다. 이를 통해 맑고 깨끗하며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이자 국가브랜드인 국립공원의 이미지가 청송군 대표 농산특산물에 대한 인지도와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국립공원과 같은 자연환경을 공유하는 생태친화적인 농업문화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청송 일대가 국립공원 못지않은 친환경 녹색지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붉은색 옷을 갈아입은 왕버들과 함께 주산지에도 어김없이 300번째 가을이 찾아왔다. 주산지 축조 300년을 맞아, 경관자원뿐만 아니라 주산지의 생태학적 가치와 역사․문화적 의미를 되새기며 주산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지금까지 가려져 왔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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