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 아닌 보완재”…실험 마친 공연계, 온라인 극장 본격화
입력 2021.11.03 11:01
수정 2021.11.03 16:06
인기 뮤지컬, 온라인 공연으로 1억원가량 수익 거둬
국립극단, 연극 영상 OTT 플랫폼 '온라인 극장' 운영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연계에서도 유료 공연 송출이 한창이다. 상황에 따라 공연이 취소와 연기가 반복됨에 따라 공연계도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다만 당초 무료가 주를 이뤘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유료 공연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유료 공연의 물꼬를 튼 건 EMK뮤지컬컴퍼니와 서울예술단이 각각 ‘모차르트!’와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선보이면서다. 이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엑스칼리버’ ‘젠틀맨스 가이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호프’ ‘루드윅’ ‘베르테르’, 연극 ‘아마데우스’ 등이 줄줄이 유료 상영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물론 처음부터 온라인 공연이 주목을 받은 건 아니었다. 제작사들은 온라인 유료 공연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실상 수익을 낸 공연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더구나 온라인 플랫폼에 매출의 최대 40%까지 수수료로 내야 하는 시스템이라 수익을 실현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온라인 공연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 주도의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장벽들에도 불구하고, 공연계는 온라인 공연을 꾸준히 부딪친 결과 질적 향상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공연을 있는 그대로 촬영해 송출하는데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첨단 카메라와 장비를 동원해 대면 공연과는 또 다른 온라인 공연만의 특성을 살려내면서다. 또 이 과정은 “온라인 공연을 누가 돈 내고 보냐”던 관객들의 인식 전환에도 큰 역할을 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지난해 선보인 뮤지컬 ‘모차르트!’ 온라인 스트리밍은 2회 상영으로 총 1만5000명의 관객을 모았고, 신스웨이브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147개국의 관객 3만5000여명을 끌어 모았다. 이밖에도 CJ ENM의 ‘어쩌면 해피엔딩’ ‘베르테르’ 등을 비롯해 그동안 제작된 인기 뮤지컬들이 유료 상영으로 1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네이버TV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아르코 온라인 극장’을 운영하고 있고, 국립극단도 지난 1일 오후부터 연극 영상 OTT 플랫폼인 ‘온라인 극장’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국내 연극단체에서 자체적으로 OTT 플랫폼을 운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전히 “온라인이 오프라인 공연을 대신할 순 없다”는 공연계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다만 온라인 공연을 통해 관람 약자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지역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역할, 그리고 다수 관객에게 작품을 홍보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즉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공연 영상화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립극단의 김광보 예술감독도 “공연 영상이 현장 공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연극을 영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온라인 공연은) 시공간을 초월해 다수의 관객에게 연극을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온라인 극장을 통해 영상으로 연극을 만난 관객이 극장을 찾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