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도 많아서...” 울컥한 KT 강백호, 스타는 스타!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1.11.01 09:47 수정 2021.11.01 09:50

개인 타이틀 무관 아쉬움 털고 타이브레이커 결승타

스타는 스타다.


강백호는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21 KBO리그’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6회초 ‘에이스’ 원태인을 상대로 결정적인 적시타를 터뜨려 KT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2013년 창단한 KT는 1군 무대 데뷔 7시즌 만에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1만여 관중으로 매진 사례를 이룬 라팍에서 KT 선수들은 막내부터 최고참까지 서로를 얼싸안고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강백호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4시즌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날 강백호는 4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안타가 하나가 절실한 순간 적시타를 뽑고 1-0 승리의 결승타 주인공이 됐다.


말그대로 결정타다. KT 타선은 쿠에바스의 예상 밖 호투에도 삼성 에이스 원태인 구위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6회초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오선진의 송구 실책 등으로 2사 1,3루 찬스를 잡은 KT의 해결사는 강백호였다.


볼카운트 1B:1S에서 원태인의 시속 147㎞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심우준이 홈을 밟아 팽팽한 균형이 깨졌다. 전 타석에서 원태인에게 삼진을 당한 뒤 배트를 내리 찍었던 강백호는 결정적 순간 설욕하며 포효했다.


우승 세리머니 순간 뜨거운 눈물을 쏟은 강백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너무 우승하고 싶었고, 고생도 많아서 그런지 울컥했다. 큰 경험들도 많았던 시즌이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강백호에게는 큰 경험들 속에서 마음고생의 크기 또한 작지 않았던 시즌이다.


2020 도쿄올림픽 참가 전까지 4할 타율을 지키며 타격 다관왕에 다가섰던 강백호는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뒤 슬럼프에 빠졌다. 노메달 굴욕 속에 더그아웃에서 질겅질겅 껌 씹는 장면이 TV 중계방송을 타고 퍼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당시 장면은 진지하지 못하고 열의 없는 표정으로 읽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 여파일까. 강백호는 9월 출전한 25경기에서 타율 0.250로 좋지 않았다. 10월 진입 뒤 반등했지만, 1위를 지키고 있던 타율·최다 안타·출루율 모두 다른 선수에게 1위를 빼앗겼다. 다관왕은커녕 개인 타이틀을 한 부문도 차지하지 못한 무관이 됐다(타격 3위/ 출루율 2위, 타점 2위, 최다 안타 2위).


그렇게 시즌을 마치는 듯했지만 강백호는 단일리그 사상 초유의 타이브레이커에서 결정타를 날리며 스타의 기질을 다시 한 번 뽐냈다. 시즌을 앞두고 “팀의 우승이 내 최고의 목표”라고 말해왔던 강백호는 그 목표를 이뤘다. 강백호는 “개인 타이틀은 없지만 팀이 1등이라 괜찮다”며 웃었다.


천재적 재능을 지닌 강백호는 역시 스타였다. 팀이 간절히 원하고 필요할 때 때리며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한국시리즈에)어떤 상대가 올라와도 자신 있다”는 강백호가 가을야구에서 리더의 자질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KT팬들을 넘어 한국 야구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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