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책' 분루 삼킨 원태인,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1.10.31 22:16 수정 2021.10.31 22:19

1위 결정전 6이닝 8탈삼진 비자책점...오선진 실책 빌미로 1실점

더그아웃서 발 동동 구르며 아쉬움 감추지 못해..타이브레이커 패전투수

삼성팬들 "원태인 정말 많이 컸다"...격려하며 가을야구 맹활약 기대

에이스 원태인(21·삼성 라이온즈)이 더그아웃에서 분루를 삼켰다.


원태인은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21 KBO리그'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선발 등판, 6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호투했다. 최고 스피드 149㎞. 삼성이 타선의 침묵으로 0-1 패하면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허삼영 감독 말대로 ‘빅게임 피처’로서의 자질을 입증했다.


3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이어간 원태인은 4회 선두타자 조용호에게 볼넷을 내줬다. 흔들림은 없었다. 황재균을 투수 땅볼 처리했고, 1사 1루에서 강백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유한준 역시 투수 땅볼로 잡았다.


무려 8일 휴식을 취한 원태인은 마치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혼신의 투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5회도 삼자범퇴로 정리한 원태인은 매진 사례를 이룬 1만여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문제는 6회 발생했다. 1사 후 심우준에게 유격수 옆 내야 땅볼을 허용했는데 유격수 오선진이 가까스로 포구했다. 이후 1루에 송구했는데 1루수가 잡을 수 없는 땅볼 송구는 뒤로 빠졌다. 그 사이 심우준은 2루까지 내달렸다.


원태인은 조용호를 1루 땅볼로 처리해 2사 3루에 놓였다. 황재균에게 볼넷을 허용한 원태인은 2사 1,3루에서 강백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고 첫 실점했다. 오선진의 송구 실책이 빌미가 된 비자책점이다. 강백호가 포효하는 사이 원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유한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추가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뒤에는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소리쳤다.


더그아웃에 들어가서도 실점 상황을 떨쳐내지 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머리를 감쌌다. 정현욱 코치가 다가와 달랬지만 원태인은 분루를 삼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책점 없이 등판을 마친 원태인은 팀의 0-1 패배를 지켜보면서 타이브레이커의 패전투수가 됐다.


사흘 쉬고 선발 등판해 무려 7이닝(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을 소화한 쿠에바스 역투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원태인은 분루를 삼켰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원태인을 나무라는 팬들은 찾아볼 수 없다. 삼성 팬들은 아쉬운 패배를 뒤로하고 귀가하면서 “원태인이 정말 많이 컸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원태인은 지난 두 시즌 전반기 반짝 활약에 그쳤지만, 올해는 타이브레이커까지 치른 10월의 마지막 날까지도 최고의 투구를 뽐내며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 역할을 다했다.


원태인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5시즌에 이어 6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된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는 놓쳤지만 2위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라이온즈파크에서는 첫 가을야구다. 여전히 정상을 꿈꾸고 있는 삼성에서 원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날의 분루로 시즌이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도 원태인과 삼성에는 많은 가을야구 경기가 남아있다. 1위 KT보다 한 계단 아래서 출발할 뿐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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